“전 언제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건가요?”
그녀에게서 손을 뗀 지 1년 만에 나온 말이었다. 그간 일 때문이다 뭐다 바빠서 소원했던 게 사실이다.
“글쎄…… 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나도 잘 모르겠어.”
의욕 없는 뜻을 비추자, 그녀의 눈가가 뾰족해졌다.
“1년, 딱 1년만 더 참아 줄게요. 그때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 주세요. 알았죠?”
“…….”
“정말, 정말로 힘들단 말이에요! 당신이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사는 이 세계가, 시계가 정지된다면 좋겠어요? 더군다나 저를 만든 사람은 당신이잖아요!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거라고요!”
따끔한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힘에 부쳤는지 혈색 하나 없는 창백함으로 돌아갔다.
나는 한글 프로그램에서 깜빡이는 스페이스 바를 보며 한참 동안 생각했다. 내가 언제부터 소설을 쓰지 않았는지……. 사실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 하는 순간부터 나는 점점 글과 멀어지고 있었고 이미 익숙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