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아론 Sep 28. 2020

[사례6] 성적으로 ‘조현정동장애’에 걸린 남자 3화

 


2) 내담자 증상 진단




 내담자의 심리증상의 원인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의 잘못된 가치관과 교육,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는 가정환경이 내담자를 그렇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까지 왕따를 당해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대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해 버스만 타면 불안해 견디지 못했다. 그게 휴학의 가장 큰 이유였다.

내담자는 부모님으로 인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컨대 이런 경우였다. 상대방이 카톡을 조금만 늦게 해도 불안해했다. ‘이 사람이 날 싫어하나?’ ‘내가 그렇게 형편없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걸 부모님 탓으로 돌렸다. 부모님의 잘못된 양육방식 때문에 내가 형편없어진 거고, 미래도 불투명하니까 상대방도 나를 무시해 카톡을 보지 않는 거라고 연관 지었다.


이처럼 내담자는 어린 시절에 부부싸움에 피해를 보고, 부모님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억압받으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돼 조현정동장애가 왔다. 그래서 우울함의 극치를 보이다가도, 망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망상은 자기는 천재이며 앞으로 위인이 될 사람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내담자는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거나, 공부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비웃거나 하찮게 여겼다. 내담자가 이러한 신념을 갖게 된 원인은 아버지 영향이었으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부터 완전히 고착되었다. 괴롭힘을 당할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무시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었다.


또 내담자는 글을 즐겨 썼는데, 이 시기에 우울한 천재들을 동경했다. 우울한 천재만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자신이 글 쓰는 데 도움 된다는 신념을 가졌다.

하지만 내담자는 현실을 직시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천재라는 사람이 책도 한 장 읽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해력도 떨어지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1학기 만에 대학교를 휴학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보며 사는 ‘나’를 보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모든 게 부모님 탓이라고 원망했다. 그래서 이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천재가 되는 상상을 했다.


천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른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그러다 보니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끼며,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생각이 너무나도 많아 머리가 아프고, 하염없이 길을 걸었다.

.


심리 증상

대인기피증 / 피해의식 / 조현정동장애 /  부정적인 생각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신념 / 천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 / 정체성 혼란


신체적 증상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함 /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픔 / 하염없이 길을 걸음


환경 문제

부모님의 냉랭한 부부관계 / 잘못된 부모님의 교육관과 행동



  [사례6]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


내담자가 한 첫 심리치료는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이라는 인지치료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나무의 나이테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긍정적이었던 시절은 노란색으로 칠하고, 부정적이었던 시절은 검은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의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


0~4세

기억나진 않지만 아기 때라 즐거웠을 거 같은 예감에 밝게 그림.


4~7세

중간에 있는 검은색은 유치원에서 혼나가거나 싸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

그리고 엄마가 죽으러 간다고 한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람


7세~현재

밝은 색은 거의 없고 전부 다 까만 상태. 가장 어두웠던 시기. 공부에 대한 힘듦과 왕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음. 온갖 괴로움은 다 여기에 몰려있다.



종합하면 내담자는 7살부터 대학 휴학까지 모든 게 엉망이라고 했다. 특히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나쁜 감정이라는 걸 아니까 항상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원장님이 답변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당연한 거야. 부모님은 지호가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해 줬잖아. 그런 부모를 어떻게 원망을 안 할 수가 있어.”

“그럼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물론이지. 이건 누가 봐도 부모님이 잘못했는걸.”

“하지만… 스포츠 상담사 그 사람은 다 제가 잘못했다고….”

“선생님이 볼 때 그 상담사는 상담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아. 그러니까 원인도 모르고 3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만 한 거지. 너 말할 기회가 10분도 안 됐다며?”

“네, 듣다가 졸음이 올 때도 있었어요.”

“맞아. 그 상담사는 상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야.” 

“그러면 다행이네요…. 제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내담자는 한결 풀어진 얼굴을 했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기 때문이었다. 또 내담자는 원장님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부족해서 이런 인간이 된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담자는 인지치료를 마친 뒤, 원장님과 함께 명상최면실로 들어갔다. ‘세부감각 지우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7살부터 현재까지 상처 받았던 이미지를 액자에 넣어 붓으로 지우고 불로 태우는 작업을 했다. 내담자는 블로그에 심리치료 일기를 썼는데, 이때부터 ‘나는 왜 이렇게 형편이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썼다.




  [사례6] 내 의욕을 상실하는 것들



원장님은 내담자가 받은 상처를 더 깊게 알기 위해 ‘내 의욕을 상실하는 것들’이란 인지치료를 진행했다.

원장님은 내담자에게 펜을 준 뒤 어떤 것들이 내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지 그래프에 표기하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의 내 의욕을 상실하는 것들

  

내담자는 ‘믿지 않을 때’와 ‘다른 사람 앞에서 꾸짖을 때’ 빼고는 모든 그래프 지수가 50이상이 나왔다. 원장님이 그래프를 보고 말했다.

“그래프 지수가 거의 다 높게 나왔네?”

“네. 그리고 그래프마다 또렷이 기억나는 트라우마도 있어요.” 

“그럼 비교당할 때는 어떤 기억이 있어?” 

원장님이 묻자 내담자가 대답했다.

“엄마는 항상 비교를 해왔어요. 제가 비교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변한 게 없어요. 이건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아빠는 저를 거창하게 띄워주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누군가를 보면 자동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며 무시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이렇게 된 건 엄마, 아빠가 늘 비교하는 말을 해서 그래요. 너무 원망스러워요.”

“그러면 안 되지. 이 사람이 낫고, 저 사람이 낫고가 어디 있어. 인간은 모두 가치 있는 존재인데. 그건 지호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이 부분은 부모님이 잘못한 거야. 널 있는 그대로 받아줬어야 해.”

“맞아요. 저는 부모님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부모님이 참 심각하시네. 늘 성적으로만 자식을 판단하고 말이야.” 

내담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원장님은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 물었다. 

“그러면 비웃을 때는? 그래프가 90점이나 되는데 이유가 뭐야?”

“사람들은 제 상황도 모르면서 겉모습만 보고 무시해요. 특히 억울한 건 부모님이 제게 잘해주는 모습만 보고 판단할 때예요. 사람들은 그 모습만 보고 저를 한심한 사람 취급을 해요. 그때마다 부모님께 농간당하는 기분이고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저보다 무언가를 잘하는 건, 저보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마치 자기가 잘나서 그런 것처럼 비웃는데 꼴도 보기 싫어요. 상종도 하기 싫고요.”

“맞아. 사람에게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해. 특히 그중에서 가정환경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부모님은 지호가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이나 환경도 만들어 주지 못했어. 그래 놓고선 다른 사람들과는 왜 다르냐고 하는 건 잘못된 일이지.”

“맞아요.”

내담자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장님은 다음 항목에 관해 물었다. 

“무시당할 때는 어때?”

“전 무시당하는 게 제일 싫어요. 아까 비웃었을 때처럼 사람들이 제 겉모습만 보고 무시할 때 화나요. 그런데 사실….”


내담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뗐다.

“…무시당하는 것도 힘들지만, 제가 누군가를 무시하는 것도 죄책감이 들어요.”

“최근에는 언제 죄책감이 들었어?”

“요새 독서모임을 하는데, 자꾸 한 사람을 무시하게 돼요. 솔직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 의견에 반대하는 거 같고…. 그런데 대놓고 표현하기는 어려우니까 속으로만 무시하는데…. 그러면서도 제가 너무 답답해요. 내가 이래서 사람들이랑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난 저 사람이 말하는 걸 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제가 천재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더 무시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 상대방을 무시할 때 어떤 느낌이 들어?”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된 느낌? 그래서 더 무시하게 돼요. 그런데 이것도 옛날에 아버지가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많이 해서 이렇게 된 거 같아 억울해요.”

“선생님이 정리해볼게. 그러니까 독서토론에서 지호가 책을 읽고 내 생각을 말했는데, 누군가가 반대를 하면 동의도 안 되고 무시까지 하게 된다는 거지?”

“네.”

“좋아. 선생님도 지호가 그 사람 의견에 동의를 안 하는 건 인정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는 건 지나친 거 아닐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지호가 상대방을 무시하는 건, 지호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야.”

“맞아요. 저는 누군가를 무시해야 제 자존감이 올라가는 기분이라서 그래요. 무시하지 않으면 마치 제가 형편없는 사람인 거 같거든요.”

“그래 이 부분은 원장님이 체크해 놓을 테니까,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보자.”


원장님은 이 부분에 대해 인지치료를 별도로 하기로 했다.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 내담자가 어떤 경우에 의욕을 상실하는지 물었다. 그때마다 그는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원장님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지치료를 해야 할 부분과 명상최면으로 상처를 치료해야 할 부분을 분류했다.




※ 내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들이란?


인지치료이다. 의욕을 상실하게 되는 수많은 목록을 보고, 나에게 해당되는 걸 표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마다 환경과 경험에 따라 의욕을 상실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내담자가 주로 무엇에 의욕을 상실하는지 알 수 있다.

의욕 상실은 곧 무기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내담자는 언제 자신이 무기력해지는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상담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담자에게 개선시킬 환경은 무엇이고, 어떤 심리치료를 해야 하는지 분석을 한다.




5) 인지치료 과정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먼저 진찰을 하듯, 상담사도 내담자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기 위해 검사지와 상담을 한다. 그리고 난 후 내담자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위와 같은 도구(프로그램)를 진행한다.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과 ‘내 의욕을 상실하는 것들’이라는 도구는 상담사가 내담자를 파악하기 위함도 있지만, 내담자도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들여다보게 한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도구를 통해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자신이 잘못 생각한 부분에 대해 ‘인지’가 일어나고 ‘해답을 찾으면’ 성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담사의 역할은 내담자가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내담자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질문과 대화를 통해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만든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로 내담자를 억지로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담사는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해답을 찾지 못하면 답답해서 답을 강요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내담자는 해답을 얻고서도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어 스스로 ‘인지’가 일어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나는 인지치료를 보며 느꼈던 건, 왜 성인군자가 그렇게 해답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 깨달아야만 행동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내담자가 어떻게 ‘인지’를 하고 문제 대한 ‘해답’을 얻는지 사례를 통해 보도록 하겠다.



*이후 심리치료 과정은 도서 <벼랑 끝, 상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 사례집 <벼랑 끝, 상담>이 출간 되었습니다.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심리상담의 디테일과 심리치료 기법을 확인하세요.

17명의 상담 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담겨 있습니다.


내담자 증상과 상담 종류


대인기피증 | 남성혐오 | 여성혐오 | 성추행 피해 | 공황장애 | 강박증 | 불안증 | 우울증 | 조현병 | 환시 | 환청 | 분노조절장애 | 정체성 혼란 | 피해의식 | 피해망상 | 트라우마 | 아동상담 | 성인상담 | 부부상담 | 고부갈등 | 연애상담 등 다양한 증상과 상담 진행



심리치료 프로그램


환경치료 | 나이테로 보는 내 인생 | 자화상 | 내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들 | 생각 바꾸기 | 신념 바꾸기 | 미션치료 | 집단상담 | 상황극치료 | 감정치료 | 게임치료 | 감정관리치료 | 입장 바꿔 생각하기 | 목표설정이란 | 연기치료 | 타임라인 |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행동 교정하기 | 어린 나 만나기 | 영웅의 여정 | 서로에게 담아준 것 | 서로의 문제 알아보기 | 명상최면치료 | 명상치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1115612


        

매거진의 이전글 [사례6] 성적으로 ‘조현정동장애’에 걸린 남자 2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