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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상담은 거의 99.9%가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폭언, 폭력, 학대를 하거나 부부싸움, 방치, 또는 폭력적인 상황에 장기간 노출돼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인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경에 놓이다 보니 많은 아동들이 심리 질환에 시달린다.
증상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환시나 환청, 우울증, 강박증, 정서불안,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등을 달고 산다.
심리치료는 성인과 똑같다. 환경치료, 명상최면 치료, 미술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 등을 받는다. 성인과 다른 점은 아동은 흥미와 집중을 위해 놀이치료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요새는 아동상담 전문기관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아동이 상담을 필요로 한다. 국가에서도 아동을 위해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동 바우처 상담, 드림스타트, 교육복지센터, 복지지원센터, 희망복지센터, 한부모가정지원센터가 예이다. 그럼 아동상담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젊은 엄마가 딸을 데리고 상담소에 왔다.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인데, 환시를 본다는 이야기였다. 환시는 자기 또래 친구였다. 아이는 상담소에 오자마자, “제가 말한 애가 선생님 뒤에 있어요.”라고 하면서 원장님 뒤를 가리켰다.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실 아동상담에서는 간헐적으로 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이다. 부정적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아이들은 곧잘 환시를 보고 환청을 듣는다.
아이의 이름은 민서였다. 민서가 환시를 보는 이유는 가정환경에 있었다. 민서 엄마가 임신을 해 아이를 낳았는데, 민서 아빠와 헤어지고 나면서부터 혼자서 애를 키우게 되었다. 그때부터 민서 엄마는 생계유지를 위해 밤일을 했고, 아이는 집에 방치되다시피 했다. 저녁마다 애가 혼자서 우는 소리가 비일비재해 동네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민서 엄마를 조사했고, 아동학대로 판정이 났다. 민서는 엄마와 떨어져 아동보호센터에 인계됐다. 그때 아이의 나이가 6살이었다.
당시 민서가 있던 아동보호센터는 자기 또래는 하나도 없고 고등학생 언니들만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나이가 어려 자주 말썽을 부렸고, 그때마다 고등학생 언니들에게 맞고 벌을 섰다. 민서 말로는 언니들이 밤새도록 엎드려뻗쳐를 시켰고, 수녀가 그걸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민서는 감히 대항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할 뿐더러 너무나 외로웠다. 한번은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아동보호센터에서 도망쳤다가 잡혀오기도 했다.
민서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이었다.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살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민서는 환청을 듣기 시작했다. 불리한 일이 생기면 귀에서 “야, 거짓말해. 거짓말하면 돼.”라는 말을 들었다.
민서는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날, 엄마는 민서를 찾기 위해 아동보호센터로 갔다. 민서는 엄마를 보자마자 자기를 데려가 달라며 울었고, 엄마도 딸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보호센터에 넘겨진 상태라 데려올 수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민서로부터 그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등학생 언니들이 매일 자기를 괴롭히고 수녀조차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엄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경찰에 아동보호센터를 신고했다. 경찰이 조사한 후 결국 민서를 엄마에게 되돌려 보냈다.
그렇게 민서는 3년 만에 다시 엄마랑 살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엄마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늘 밤에 민서를 방치하고 일하러 나갔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술과 담배에 절어 집에 들어왔다. 민서는 그런 엄마를 볼 때마다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엄마가 계속 이러면 또 아동보호센터에 끌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민서는 첫 상담 때, 원장님에게 또 언제 아동보호센터에 갈지 모른다며 무섭다고 했다.
엄마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니 민서는 당연히 공부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게임하고 엄마 몰래 휴대폰 결제를 하는 등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또 잘못을 하고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수도 없이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민서를 때렸다. 그런 일이 쳇바퀴 돌듯 이어지자 민서는 결국 환시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거짓말을 하라고 귀로만 들리던 게 이제는 눈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엄마는 그때부터 사태가 심각해진 것을 알고 민서를 상담소로 데려온 것이다.
원장님은 민서가 자라온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지금도 있니?”
원장님이 묻자 민서가 대답했다.
“네, 아까부터 계속 선생님 뒤에서 장난치고 있어요.”
“그래, 선생님도 장난치고 있는 게 느껴져.”
“정말요? 선생님도 보여요?”
“그럼, 보이지.”
물론 실제로 보여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민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 위해 한 말이었다. 민서는 신기하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까지 엄마한테 말해도 혼나기만 했고, 친구들이나 학교 선생님도 무슨 말이냐는 소리만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원장님이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
“그래, 민서는 이 친구가 언제부터 보였어?”
“몇 개월 전부터 계속 저만 쫓아다녔어요.”
“아동보호센터에서도 누가 민서 귀에 대고 자꾸 말했다고 했잖아?”
“네.”
“민서가 보기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지금 이 친구가 맞니?”
“네, 맞아요.”
“그렇구나. 선생님이 도와줄 테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아동보호센터에도 절대 못 가게 할 테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알았지?”
“네.”
원장님은 민서와 상담을 마치고 민서 엄마를 불렀다. 그리고 딸에게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지 요목조목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가정환경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랄 나이에 혼자 방치되어 케어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아동보호센터에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엄마랑 떨어져서 지냈으니 얼마나 무섭고 혼란스러웠겠냐는 말이었다. 거기다 고등학생 언니들에게 괴롭힘까지 당했으니 민서로서는 지옥이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은 역시 엄마였다. 엄마가 애초에 딸을 잘 돌봤으면 아동보호센터에 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민서 엄마는 자기가 잘못한 부분이 크다는 걸 인정했다. 딸에게 잘해주고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민서가 환시를 보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걸 보인다고 말하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민서는 친구라고 부르는 존재가 자기가 만들어낸 존재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또 나는 환시라고 하면 대개 귀신같은 걸 보는 거로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시에는 어떤 유형이 있어요?”
“여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어.”
“네? 그렇게나 많이요?”
“응. 사람마다 다 달라. 어떤 사람은 죽은 사람을 보기도 하고, 귀신이나 가상의 인물, 실제 인물, 불특정 다수, 사물을 환시로 봐.”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환시를 보는 유형도 사람마다 다를 줄은 몰랐다. 원장님에게 하나씩 예를 들어달라고 했다.
“죽은 사람은 왜 보이는 거예요?”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는 건데, 내가 심적으로 힘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위로를 받기 위해 나타나는 거야.”
“만약 그분들이 살아 계셨다면, 나에게 어떤 말과 위로를 해줬을까? 이런 욕구 때문에 나타나는 거죠?”
“맞아.”
나는 맞췄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며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럼 민서처럼 가상의 인물을 환시로 보는 거는요?”
“이것도 자기 욕구가 반영되는 건데, 민서가 아동센터에서 힘든 상황에 놓였잖아? 수시로 벌서고 언니들에게 맞고.”
“네.”
“그래서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의 인물을 만든 거야. 무의식적으로.”
“그러면 지난번에 같이 영화 「파이트 클럽」 봤잖아요? 남자주인공이 환시를 보던 거요. 그것도 자기 욕구로 인해 가상의 인물을 만든 거 맞죠?”
“맞아. 그런데 실제 상담에서는 그런 케이스는 못 봤어.”
영화 「파이트 클럽」은 주인공 내레이터가 공허한 삶을 살던 중, 테일러 더든이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인생이 변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알고 보니 테일러 더든이 자기 자신이었다. 영화를 보면 내레이터가 어떤 욕구로 인해 테일러 더든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환시로 보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환시를 귀신으로 보는 이유는 뭐예요?”
“예전에 공포 영화 「컨저링」을 보고 환시로 귀신 인형을 보는 학생이 있었어.”
“네? 정말요?”
나는 그게 가능한 거냐며 물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귀신 인형을 본 이유가 영화 때문에 그런 게 아냐.”
“그럼요?”
“영화에서 평소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공포를 느껴서 환시를 보게 된 거야.”
“「컨저링」이 기폭제 역할을 한 거예요?”
“응. 아버지가 무척 강압적이고 아들이 잘못하면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행동을 고치려는 사람이었거든. 그래서 아버지가 두려운 존재였는데, 「컨저링」을 보다가 그 두려움이 폭발한 거야.”
나는 이해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군대에서 새벽에 보초를 설 때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이 혼재돼 헛것으로 귀신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헛것을 볼 때도 졸다가 봤지, 멀쩡한 상태에서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다음 질문을 했다.
“실제 인물을 환시로 보는 이유는요?”
“예를 들면 결혼을 한 여자가 시누이한테 시달림을 많이 당했어. 그래서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시누이가 자꾸 자기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거야.”
“어떤 식으로요?”
“친구랑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데 시누이가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는 거야. 그래서 깜짝 놀라면 시누이가 자기한테 와서, ‘너 밥 먹으러 왔냐?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하는 것도 없이 무슨 밥을 먹는다고.’ 이런 말을 하고 가는 거야.”
“진짜 시누이가 아니라 환시로 그걸 본다고요?”
“응.”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 불특정 다수를 환시로 보는 건 왜 그래요?”
“예를 들면 한 여자가 어떤 남자한테 오랜 기간 스토킹을 당했어. 그러면 막 불안할 거 아냐? 그러면서 심리증상이 나타나는 거야. 스토킹을 한 사람이 환시로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환시로 보이는 거야.”
“예를 들면?”
“차를 타고 운전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를 따라온다거나. 스토킹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나를 감시하고 있는 걸 보는 거야.”
“아….”
나는 공감이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스토킹을 당하면 당사자를 환시로 보기 마련인데, 불특정 다수는 당사자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람이 환시로 보인다는 말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사물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물었다.
“사물은 어떤 식으로 환시를 보는 거예요?”
“성폭행당한 사람이나 과거에 큰 피해를 본 사람한테 나타나는 현상이야. 내면에 불안감이 크게 자리 잡혀서 벽이 꿀렁거리면서 움직이거나, 천장이 흔들리는 걸 보고 그래.”
나는 집단상담 때 당나귀 귀라고 놀림을 받았던 여성을 떠올렸다. 그 여성도 자기가 소리를 내면 상대방의 책상이 흔들리거나 책이 부르르 떠는 걸 환시로 봤다. 환시를 보는 유형이 이렇게나 많이 있을 줄이야…. 나는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정리를 했다.
※ 환시를 보는 유형
① 죽은 사람
-> 돌아가신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등, 고인이 된 사람이 보이는 환시. 위로를 받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환시를 본다.
② 가상의 인물
-> 나도 모르게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보는 환시. 무의식적 욕구로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
③ 귀신
->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귀신을 보는 환시. 내면에 불안감과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았을 때 나타난다.
④ 실제 인물
-> 나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이 눈앞에 보이는 환시. 과거에 사람에게 피해를 크게 입었을 때 나타난다.
⑤ 불특정 다수
-> 나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나를 감시하거나 피해를 주는 걸 보는 환시. 과거에 사람에게 피해를 크게 입었을 때 나타난다.
⑥ 사물
-> 천장이나 벽, 기타 사물들이 움직이는 걸 보는 환시. 과거에 사람에게 피해를 크게 입었을 때 나타난다.
* 환시의 유형을 분류한 이유는 실제 상담 시 내담자마다 다양한 환시가 일어나서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담자가 어떤 피해를 받으면, 이런 유형의 환시가 나타난다고 확정해서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성폭행을 당한 내담자 중 사물이 움직이는 환시를 보는가 하면, 어떤 내담자는 실제 인물이 나타나는 환시를 보기 때문이다. 내담자마다 환시를 보는 유형이 다른 이유는 당시의 상황이나 환경, 이후 조치에 따라 천차만별로 구분된다.
또 앞서 우선표상체계(V, A, K) 이론에서 청각이 높으면 환청을 듣고, 시각이 높으면 환시를 본다고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원장님이 수천 명의 내담자를 상담한 결과의 통계수치다. 예를 들어 청각이 높은 사람은 70% 이상의 확률로 환청을 듣고, 시각이 높은 사람은 환시를 보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증상을 장기간 방치하면, 감각과는 상관없이 병이 발전해 환시와 환청을 모두 본다.
*다음 이야기는 도서 <벼랑 끝, 상담>을 읽어주세요.
심리상담 사례집 <벼랑 끝, 상담>이 출간 되었습니다.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심리상담의 디테일과 심리치료 기법을 확인하세요.
17명의 상담 사례와 30가지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담겨 있습니다.
내담자 증상과 상담 종류
대인기피증 | 남성혐오 | 여성혐오 | 성추행 피해 | 공황장애 | 강박증 | 불안증 | 우울증 | 조현병 | 환시 | 환청 | 분노조절장애 | 정체성 혼란 | 피해의식 | 피해망상 | 트라우마 | 아동상담 | 성인상담 | 부부상담 | 고부갈등 | 연애상담 등 다양한 증상과 상담 진행
심리치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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