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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Oct 27. 2024

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겸 정신분열자 이수입니다(2)

저녁에는 제가 특별히 치르는 의식이 있습니다. 가위를 들고 큰 방 하나, 작은 방 두 개, 거실과 욕실, 베란다를 모두 확인합니다. 저녁만 되면 자꾸만 빈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거든요. 모두 저를 괴롭히려고 하는 짓입니다. 스트레스성 불면증을 겪게 만들어 저를 미치게 만들려는 것이죠.


저는 녀석들에게 지기 싫어 웬만하면 한 번 누우면 일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하루는 초저녁부터 시끄럽게 굴어 결국 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줬죠. 가위로 분홍색 토끼 인형의 목을 잘라버린 겁니다. 그날 녀석들은 겁을 먹었는지 하루 종일 조용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저녁마다 의식을 치릅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인형들의 목을 1cm씩 자르고 잠에 듭니다. 아예 처음부터 성대를 자르는 게 편하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재미없잖아요. 저에게 도전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죠.


히틀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성을 제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공포와 힘이다!”


저는 시끄럽게 구는 인형들에게 공포와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멍청한 종자들이 넘쳐나는지 모르겠어요. 멍청한 종자들 때문에 거만한 종자들이 더 활발해지고 있죠. 그러니까 거만한 종자들이 멍청한 종자들을 사육하는 게 아니라, 멍청한 종자들이 거만한 종자들이 더 거만해지도록 육성하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한동안 자살 사이트를 운영했답니다. 멍청한 종자들의 씨를 말려버리기 위해서요. 그들은 거만한 종자들에게 당하기만 하고, 복수나 대항 따위는 꿈도 못 꾸니 죽여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였죠.


몇 명을 죽였는지 묻지 말아주세요. 이야기하면 가슴 아프니까요. 제가 아쉬운 건, 더 많이, 더 멍청한 종자들을 땅에 묻지 못했다는 거예요. 사이버 수사대가 IP를 추적해 결국 사이트를 폐쇄시켰거든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들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진답니다. 모텔에서 번개탄을 피운 뒤 기침을 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 모습을요. 갈 때마저도 벌레처럼 꿈틀거리다, 몸에 경직이 오면서 번데기가 된 그들을. 저는 문밖에서 그들이 모두 안식을 찾을 때까지 유일하게 기다려준 구원자입니다. 껍질을 까고 필사적으로 새 삶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이에게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은 메시아죠.


지금도 그때가 그리워요. 멍청한 종자들을 더 많이 죽였다면 거만한 종자들의 활동력이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세상은 좀 더 나아졌을 테고 저같이 자식이 부모를 깍둑 썰게 만드는 패륜 종자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자살 사이트 얘기는 여기까지 할게요.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하는 건 이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저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요. 모두 아실 거예요. 판도라가 제우스에게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를 받았는데, 그녀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상자 뚜껑을 열었다는 것을요. 상자 안에는 각종 질병과 시기, 질투, 증오, 욕심, 가난이 들어 있었고 세상은 금세 혼탁해지고 말았죠. 판도라는 놀라 급히 상자 뚜껑을 닫았는데, 그때 남은 게 바로 ‘희망’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사이트 ‘판도라의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온갖 고난과 역경에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이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이요. 그러니 거만한 종자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분들,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은 분들, 날개를 달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분들, 주저 말고 제 사이트에 방문해 주세요. 심연 깊숙이 뿌리내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어둠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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