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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Oct 27. 2024

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겸 정신분열자 이수입니다(3)

사람은 주저하게 되는 세 가지 순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거짓말을 할 때, 두 번째는 도전이 두려울 때, 세 번째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때입니다. 여기서 오늘 제가 건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세 번째입니다. 사람들은 치부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거든요. 끙끙 속앓이를 하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괜히 말했다가 열등아 취급을 받을까 조심스러운 것이죠. 그래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부모님에게 선뜻 자신의 상황을 알리지 못하는 겁니다. 바로 그 순간 여러분은 멍청한 종자가 되는 것입니다. 거만한 종자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죠. 당신이 거만한 종자들이 활개 치도록 육성하는 거예요. 이제 알겠죠? 제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새서 다시 치부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치부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까 봐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말하겠습니다. 제 치부를 당신에게 드러낼게요. 제 이야기를 듣고 당신도 말할 준비가 되셨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자, 다시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정신과 병원에서 의사에게 사이코패스이자 정신분열을 진단받은 이수라고 합니다. 현재 정신과 약을 하루에 10알 이상 복용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항경련제, 항정신용제, 항불안제, 항우울제를 먹고 있죠. 약을 먹어도 도저히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답니다. 기억에 남는 치료는 미술 치료입니다. 그림으로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거였는데, 그때 상담사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구원자이자, 메시아이자, 부처이자, 알라이자, 창조자인데, 이걸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나요?”
“그걸 하나로 합쳐 보는 건 어때요?”
“선생님은 저랑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나요?”
“네?”
“선생님도 저랑 하나로 합쳐지는 걸 상상 못하면서, 왜 저한테는 하나로 합치라고 강요하는 거예요?”
“그런 얘기가 아니라요, 이수 씨.”
“말해 봐요. 선생님은 저랑 섹스할 수 있어요?”


어떠세요? 제 정신 병력에 대해 이해가 되시나요? 위 상황과 같이 저는 있는 그대로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곡이 심하고 제 입맛에 맞게 편집을 하죠. 이때 저에게 생긴 새로운 병은 편집증입니다. 물론 저는 이 병명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신과 의사와 상담사가 하는 일은 제 안에 있는 이야기를 듣기보다, 제 겉에 있는 병력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이 외에도 저는 많은 상담소와 정신과 병원을 다녀봤지만, 하나같이 무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네 번째 정신과 병원이 그랬죠. 상담이 실망스럽기 그지없어 의사에게 말했어요.


“선생님. 정신 건강에 관한 강의 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왜요?”
“이론을 빠삭하게 알고 계신 것 같아서요. 귀에 쏙쏙 박히거든요.”
“이수 씨. 그럼 이수 씨가 왜 잘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지 이해가 되십니까?”
“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외상 후 스트레스로 환청을 듣는다. 이 얘기 아닌가요?”
“맞아요.”
“그럼, 그다음은요?”
“실제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니까, 이수 씨가 스스로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건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인지를 하셔야 해요.”
“개소리.”
“예?”
“네? 뭐가요?”
“방금 저한테 개소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환청이에요, 의사 선생님. 진짜로 들린 게 아니라고요.”
“이수 씨. 역시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셨군요? 벌써 세 번이나 설명했는데.”
“개소리.”
“이수 씨.”
“개소리.”


잘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모두 환청이라니. 처음으로 살해 충동을 느낀 순간이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를 진짜 죽일 생각을 한 건 아니랍니다. 어쨌건 그는 멍청하지만 결정적으로 멍청한 종자들을 병원에 가두고 있거든요. 적어도 거만한 종자가 활개를 치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선처를 했답니다. 다만 아쉬운 건 그는 평생 헛똑똑이로 살다가 자기가 멍청한지도 깨닫지 못하고 죽겠죠.


제가 판도라의 상자 사이트를 만들게 된 건 모두 이 헛똑똑이들 때문이랍니다. 저라면 그들보다, 저 같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사이트를 만들자마자, 며칠 후 장문의 상담 요청 글이 왔답니다. 그녀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어요.


[10년 전 친오빠가 아파트 계단에서 성폭행한 일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도움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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