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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Oct 27. 2024

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겸 정신분열자 이수입니다(5)

보건 선생 이야기는 잠시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그녀 말고도 오늘 제가 당신에게 소개해 줄 아이가 한 명 있거든요. 17살 조민수라는 남학생이에요. 예쁘장하게 생긴 게 저처럼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랍니다. 저는 오늘 처음으로 민수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고로 마스크와 후드 모자를 쓰고 바깥으로 나갈게요.


만날 장소는 집에서 20분 거리인 경성 빌딩 옥상. 저는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즐겨합니다. 빌딩이 허름해 CCTV도 없고, 결정적으로 제가 학생 때 자살을 고민했던 곳이거든요. 차라리 죽는 게 나을까 싶어 빌딩 난간에 서서 양팔을 벌렸는데,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라고요. 그때 저는 떨어지는 비를 보며 처음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죠. 그래서 저는 삶을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고, 학생회장이 된 후, 부모님을 죽인 거랍니다.


아, 저기 민수가 오네요.


“안녕하세요... 판도라의 상자 운영자분이시죠...”
“그래, 민수야. 형은 이수라고 해. 반가워.”
“네...”


저는 민수와 악수를 하며 움츠린 그의 어깨를 토닥였어요. 제가 처음에 했던 말 기억 하나요? 목소리가 어눌하고 어깨를 한껏 움츠린 사람을 동정한다는 거. 저는 민수 같은 아이를 볼 때마다 연민이 느껴집니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이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무척 슬프죠. 그래서 저는 반드시 이 아이를 도울 겁니다.


“그래. 민수야, 형이 고민해 보라고 한 건 생각해 봤어?”
“근데요...”
“응, 말해.”
“혹시 여기서 대화하는 것도 상담료를 내야 하나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사이트는 결제를 해야 대화가 가능하니까 만나자고 한 거야. 너 학생이잖아.”
“저희 집 잘 살아서 돈 많이 있어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지폐를 꺼내는 민수였죠. 저는 섭섭하다며 말했어요.


“민수야. 내가 너 돈 뜯어내려고 만나자고 한 것 같아? 형이 그렇게 추잡스러워 보여?”
“…….”
“형이 만나자고 한 이유는, 쓰레기 같은 너희 부모님 돈 받기 싫어서야. 그런 돈은 하등 가치가 없거든.”
“…….”
“왜? 너희 부모님 욕하니까 싫어?”
“아니요... 고맙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지폐를 다시 주머니에 넣는 민수였죠. 저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래서 결정은 내렸어? 형 의견은 똑같아. 네가 자신이 없으면 형이 대신 해줄 거야. 아무런 보수도 대가도 원하지 않아.”
“왜 저 대신 그런 일을 하겠다는 거예요?”
“형은 거만한 종자들이 활개 치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


민수는 고개를 숙이고 안절부절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어요.


“...좋아요. 죽일게요. 제가 직접.”

저는 만면의 미소를 지었답니다. 역시나 민수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아이였죠.




여기서 퀴즈. 민수가 죽이겠다고 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민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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