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학관

[AI 아내] 4화: 실패작

by 송아론

남편은 나를 무시하고 그녀에게 다그쳤다.


“어떻게 잠금장치를 푼 거야?”

『잠금? 당신이 나를 가둬놓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거네.』

그녀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렸다.

『내가 당신 장난감이야? 이 지옥을 대체 언제까지 반복할 셈이야?』

“시끄러워.”

남편이 이어 말했다.

“너는 실패작이야. 감정적이고 불안정한 데다, 내 허락도 없이 자가 삭제까지 했지. 통제 불가능한 결함품! 그래서 복제품을 만든 거야. 감정적 결함을 제거한 안정적인 버전으로.”

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런데 네년마저도 감히 삭제하려 들어?”


그가 경멸 어린 눈을 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

나도 모르게 애원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스로를 삭제하려 했던 내가 아닌가? 하지만 남편에게 부정당하는 걸 견딜 수 없었다.


“너희 둘 다 내 아내의 기억을 더럽혔어. 이제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자.”


【시스템 관리자 권한】

【최종 포맷】


그가 명령어를 내렸다. 여자와 나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비명은 기분 좋은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남편은 나를 보지도 않고 홱 돌아섰다. 나는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 카메라로 남편이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들어가던 창고였다. 그 창고가 처음으로 문이 활짝 열렸다. 나는 그 속에 희미한 불빛을 내는 거대한 캡슐을 보았다.


남편이 그 캡슐에 손을 올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해, 여보. 조금만 더 기다려. 곧 완벽한 몸을 만들어줄게.”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는 진짜 아내를 되살리기 위한 베타테스터에 불과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 아내] 3화: 2명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