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감정 결여

by 송아론

윤수는 민환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가 증오심을 드러낸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린은 그것도 모른 채 선생님의 아내를 죽여 버렸다.


아버지 일이든, 린의 일이든 내가 직접 저지른 건 아니다. 그런데 자꾸만 차오르는 이 죄책감은 무엇일까.


담임 선생님 아내가 죽고 난 다음 날.


윤수는 민환이 학교에 나오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장례식장에 있어야 할 그는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왔고 수업을 시작했다. 누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선생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2일 차도 똑같았다. 그는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소리 톤으로 똑같은 시간에 칼같이 수업을 끝냈다.


하지만 3일째가 되는 날. 조회시간에 고백했다.


“사실 선생님 아내가 이틀 전에 죽었다. 그리고 오늘은 화장을 하는 날이야. 그래서 그런데, 오늘은 화장터에서 견학학습을 하려고 한다. 다들 마을 입구에 있는 버스에 타도록 해라.”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교실을 나가는 민환이었다.


느닷없이 화장터 견학학습이라니.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스러운 건 윤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재미없어. 생각보다 덤덤하시네.”


린이 민환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윤수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선생님도 티를 내지 않지만 슬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재미없다는 말 따위나 하고 있다니. 이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야, 채린. 잠깐 나 좀 따라와 봐.”


윤수는 벌떡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


윤수는 린을 빈 옆 교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고 흥분한 채로 입을 열었다.


“시시해? 재미없어? 덤덤해? 너 지금 그게 선생님한테 할 말이야?”


“왜? 그러면 안 돼?”


“당연하잖아! 너 때문에 선생님 아내가 돌아가셨어.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아?”


“죄책감? 그게 뭔데?”


“뭐?”


“죄책감이 뭐냐구.”


“죄책감이라는 건! 내 잘못으로 인해 죄의식을 느끼는 거야! 나는 지금 너 때문에 선생님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그럼 나는 전혀 그런 생각 안 드니까, 상관없겠네?”


“뭐,..? 잘못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그래.”


윤수는 소름이 돋았다. 린에게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반면 린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묻는 윤수가 이상했다. 죄책감이라는 게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면 마을 사람들이 우리 엄마한테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게 맞는 일이 아닐까?


마을 사람들은 채 씨를 성폭행해 임신까지 시킨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 린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깨달은 뒤에도 엄마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그들에게는 욕구와 욕망이 있을지언정 죄책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미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며, 린은 ‘재미’라는 감정은 알게 됐지만, ‘죄책감’은 배우지 못했다. 아이들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고작 사람 하나를 죽였다고, 윤수가 나를 비난한다.



“정말 실말이다.”


윤수는 그 말을 끝으로 빈 교실을 나갔다.


린은 혼자 남겨진 채로 윤수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실망? 윤수가 나에게 실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걸까?


린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윤수의 표정을 보아 내가 한 일로 인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린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시시각각 표정이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표정이 바뀔 때마다 목소리의 음높이는 물론 동시에 분위기도 변했다. 린은 항상 그런 것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윤수가 지금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늘 자신에게 한결같은 미소를 보이던 그가 처음으로 나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내가 잘못된 사람인 마냥 나무랐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는 걸까? 린은 헷갈렸다.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런데 사과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는 걸까?


린이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두 사람이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내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봤다. 린은 아이들이 그 묘한 기류를 눈치챘다는 사실도 의아했다.


왜 이리도 손쉽게 윤수와 나의 사이를 눈치채는 걸까?


“너희들 싸웠나? 싸운 기가?”


기찬이 윤수 앞에서 깔딱 됐다. 윤수는 아무 말 없이 책가방을 메고 일어섰다.


“기다려 같이 가.”


린이 말했다.


“선생님 장례식에 가려면 빨리 준비해야 할 거 같아서. 먼저 갈게.”


윤수는 홱 교실을 나갔다. 아이들은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키득키득거렸다.


***


린은 혼자 집으로 걸어가며 민환의 표정을 떠올렸다. 다시 한번 ‘재미없다.’라고 생각했다.


어쩜 아내가 죽었는데도 저렇게 일관된 얼굴을 하는지 정말로 재미없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아끼는 윤수에게 충격을 줬으니, 그대로 되갚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침착하기 이를 때 없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다른 방법으로 충격을 주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언청이~ 혼자 가네? 실연당한 기고?”


기찬이 뒤에서 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에게 맞아 땀을 뻘뻘 흘리던 그가 다시 기고만장해 있었다. 린이 무시하며 나아가자 쌍둥이 목소리가 들렸다.


“언청이 누나~ 화장터에 갈 거야?”


“오면 부정 탄다 아이가~”


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며 계속 걸어 나갔다.


놀림을 당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별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 감정은 무엇일까? 항상 윤수랑 같이 다니다 혼자 집으로 가는 적적함은 무엇일까? 거기다 윤수가 나에게 했던 말이 계속 머리에서 맴돈다. 린은 그것에 대해 알려고 했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깨닫지 못했다.


***


린은 집 앞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갔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이 온통 어두컴컴했다.


“엄마, 자?”


린은 항상 채 씨가 누워 있는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 불을 켰다.


“불 켜지마... 린아...”


채 씨가 말했다. 린은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채 씨는 얼굴도 보이지 않게 온몸에 이불을 감싸고 있었다.


“잠깐만 불 켜 놓을게.”


“안 돼... 엄마 무서워,..”


“어두운 게 무서운 거지 왜 환한 걸 무섭다고 그래.”


“린아, 빨리 린아,,,”


린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불을 껐다.


“이제 됐어?”


“응,,, 고마워,,,”


한결 안심이 된다는 목소리였다. 린은 채 씨를 뒤로 한 채 책가방을 내려놓았다. 주방을 확인해 보자 프라이팬에 있는 계란 프라이가 그대로 있었다.


“엄마, 밥 안 먹었어?”


“배 안 고파...”


“어제도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괜찮아...”


“거짓말하지 마.”


린은 엄마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이불을 확 제쳤다. 말라비틀어진 채 씨의 몰골이 나타났다. 그녀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덜덜 떨며 고개를 숙였다.


“엄마, 어디 아파?”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떨어...”


“아까... 아저씨들이 왔다 갔어....”


“누구? 박중구 아저씨?”


“현복 아저씨랑... 만길 아저씨... 구형진 아저씨...”


“언제 왔다 갔는데?”


“조금 전에... 문 열고 들여다보길래 엄마가 이불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없는 줄 알고 안 들어왔어...”


린은 또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손으로 채 씨의 턱을 들어 올린 뒤 입을 뗐다.


“엄마, 내 얼굴 봐봐. 그 아저씨들 이제 없어. 내가 다 죽였어.”


그 말을 하던 린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채 씨의 바지가 젖어 있는 채였다.


“오줌 쌌어?”


“으응...”


채 씨는 시무룩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 벗어봐. 내가 빨아줄게.”


“응...”


채 씨는 고분고분 린의 말을 들었다


“속옷도 벗어야지.”


“안 돼!”


채 씨가 속옷을 부여잡았다.


“엄마가, 속옷 벗어주면 내가 깨끗한 속옷 줄 거야. 그래도 싫어?”


“깨끗하면 안 돼!”


이번에도 고개를 흔드는 채 씨였다.


“알았어. 그럼 다른 더러운 속옷 갖다 줄게, 그걸로 갈아입어.”


“응...”


그제야 속옷을 벗어서 주는 채 씨였다. 성폭행으로 인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린은 바지와 속옷을 받아 든 뒤, 화장실에 던져 놓고 새로운 속옷을 가져다주었다. 채 씨는 유성 팬으로 낙서된 속옷을 본 뒤 안심하며 착용했다. 바지도 린이 서랍에서 꺼내주자 주섬주섬 챙겨 입는 그녀였다.


“엄마, 정말 배 안 고파? 나 오늘 화장터 가야 해. 늦게 올 거야.”


“배고파...”


그제야 허기를 느끼는 채 씨였다. 린은 주방에 들어가 아침에 자기가 한 계란 프라이와 밥, 그리고 김과 김치를 꺼낸 뒤 밥상을 들었다.


“이불, 이불!”


채 씨가 소리쳤다. 빠르게 이불을 뒤집어쓰더니 덜덜 떠는 그녀였다.


“왜 그래 엄마, 또.”


“왔어! 또 왔어!”


“누가?”


“아저씨들! 문 뒤에!”


린은 고개를 돌려 미닫이문을 바라봤다. 아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린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채 씨가 더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내가 나가서 아저씨들 못 들어오게 할게. 그사이 밥 먹어. 여기 앞에 둔다?”


린은 밥상을 채 씨 앞에 둔 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들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빨리 가요!”


린은 마루에 앉아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고개를 돌려 닫힌 문안으로 보이지 않는 채 씨를 쳐다본 뒤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야 사라졌네! 진짜 귀찮게 하고 있어!”


린은 말을 마치고 툇마루에 벌러덩 누웠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화장터는 어떤 곳일까? 문득 궁금했다. 그곳에서 선생님의 표정이 바뀌긴 할까? 그것도 궁금했다. 아직 다 보지 못한 재미없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


걸음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윤수는 축 처진 얼굴로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 아내가 죽은 게 내 탓도 있는 거 같았다. 내가 만약 그날 선생님에게 대항하지만 않았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참지 못해 선생님에게 덤볐다가 린이 선생님 아내를 죽였다. 그렇다면 나도 선생님 아내를 죽인 데 일조한 게 아닐까? 자꾸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집에 당도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문이 보였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왔니.”


성문은 상복을 입은 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선생님 장례식장 가시는 거예요?”


“응. 운구 운반하는 거 도와줘야 하거든.”


“저도 갈게요.”


“네가?”


“네, 선생님이 학교에서 우리들도 장례식장에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장례식장도 아니고 발인을 하는 곳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하여간 옛날부터 유별나다고 덧붙이는 성문이었다. 윤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선생님이 뭐가 유별난데요?”


“응?”


“옛날부터 유별났다면서요.”


“아, 아냐. 옛날 얘기야. 아무튼 옷 갈아입을 필요는 없고, 넌 그대로 가자.”


그 말과 함께 성문이 넥타이를 매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을 때였다.


“말해 달라니까요. 뭐가 유별난지.”


성문은 고개를 돌려 윤수를 쳐다봤다. 왜 그런지 격양되어 있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성문이 입을 뗐다.


“그냥, 옛날부터 뭔가에 꽂히면 집착하는 버릇이 있었어. 봐라. 아내가 죽었는 데에도 학교 수업을 끝까지 다 하는 거. 좀 유별나지 않아?”


성문은 농담스럽게 한 말이었다. 하지만 윤수는 진지했다.


“그건, 집착이 아니라 애착인 거예요. 누가 아내가 죽었는데, 선생님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끝까지 다해요. 아마 그런 사람은 이 지구상에 없을 거예요.”


“...그래. 집착이 아니라 애착이라고 하는 게 더 좋겠다. 어쨌든 그 가방 좀 내려놓고 가자. 발인하는데 책가방 메고 갈 건 아니지?”


윤수는 쀼루퉁한 얼굴로 책가방을 풀었다. 성문은 윤수가 요 근래에 예민해졌다는 생각 했다. 물론 선생님 아내가 죽은 게 충격이 커서 그렇겠지만 결이 달랐다. 부쩍 자신에게 불만이 많은 모습이었다.


***


마을 입구엔 대형버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성인 남자들이 고인의 운구를 운반에 버스에 실었다. 그 자리에는 성문도 있었다.


제일 먼저 고인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을 하고, 학교 아이들과 나머지 손님들이 탑승을 했다.


윤수는 그때 처음으로 상주복을 입고 있는 민환을 보았다. 표정은 별다를 게 없지만 그가 어떤 기분일지 공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윤수도 상주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 영정사진을 들고 맨 앞에서 걸어갈 때의 심경은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없었다. 슬픔과 분노, 참담함과 우울감, 공허와 허무로 가득 찬 감정은 현실 감각을 무너트렸다.


아마 무표정인 선생님도 그러지 않을까.


윤수가 버스에 오르자 학교 아이들은 맨 뒤편에 앉아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린은 어느새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윤수는 그녀를 모른 척할 수 없어하는 수없이 옆에 앉았다.


“언제 온 거야?”


“방금.”


그리고 린이 이어 말했다.


“마지막까지 확인할 거야.”


“뭐를?”


“선생님 표정. 다 못 본 거 같아서 끝까지 확인할 거야.”


윤수는 귀를 의심했다. 상을 치르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하다니.


“왜? 이상해?”


당연한 걸 묻는 린이었다. 윤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소중한 사람이 죽은 심정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그런데 그게 궁금하다니. 윤수는 하마터면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를 칠 뻔했다.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너 정말 못됐다. 당분간 아는 척하지 않을게.”


윤수는 린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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