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끈은 고맙게도 내 삶의 무게를 이해해 주었다.
아등바등거려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바보 같은 형광등이 납득을 하지 못했다.
"어쩌다가 형광등이 머리 위로 떨어진 거예요?"
수술을 마친 의사가 말했다. 머리에 형광등 유리 조각이 수십 개 박혀있었다.
"죽고 싶었어요."
"네?"
"죽고 싶었는데, 실패한 거라고요."
자살 생각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의사가 나보다 더 어두운 얼굴을 했다.
"정신과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떠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나는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