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죽는 법
똥을 싸다가 왼쪽 발이 저려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고귀하신 전 대통령께서는 수감 중에 발가락을 다쳐 재판을 못 받겠다고 한다. 그대로 잘라버리면 한결 편하지 않을까?
며칠 전 여자가 술 먹고 거리에서 오줌을 싸는 걸 봤다. 뉴스에서 남자가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에게 폭행을 해 치아를 5개나 부러트렸다는 기사를 봤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나는? 게임 속에서 현피를 뜨자는 남자에게 객기를 부려 약속 장소에 갔다가 놀이터에서 개처럼 맞았다. 비겁한 새끼. 둘이나 더 데리고 오다니.
그날 여자 친구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겨우 문자메시지 하나로 우리의 시간은 쓰레기통에 처박혀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번 더 자는 건데. 딱히 가방을 선물한 것도, 맛있는 걸 사준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손해 본 느낌이다.
그러니까, 몇 년 전 자취방에 도둑이 들어 집안이 난장판이 됐는데 훔쳐갈 게 없다는 걸 깨닫고는 더 비참했던 그런 기분이랄까.
담배도 돛대고 좆같은 건 80%나 인상했던 담배를 이제야 인하를 하자는 니미당의 꼴을 보자니 웃음이 난다. 더 좆같은 건 그렇게 당시 인상을 반대했던 너네당도 난색을 표한다는 거다.
너희들은 누구의 편인가?
그렇게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쳤을 때 아무에게도 찍지 않은 내 손에 경의를 표한다.
어쨌든 나는 지금 이 담배를 끝으로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생이 고통의 나날이었는데 복수는 가당치도 않고 죽는 순간만큼이라도 아프지 않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술 먹고 목을 매는 건 온전한 내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고, 지하철에 뛰어들자니 기사님과 어디론가로 바삐 가는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몸에 불을 지르거나 청산가리를 먹고 죽자니 너무 고통스러울 거 같고, 그렇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손목을 긋기에는 용기가 부족해 나는 결국 관에 들어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코스프레용으로 제작된 드라큘라의 관. 나는 지금 이 안에 들어가 있는 중이다. 가끔가다 공기가 부족해 호흡곤란으로 관작을 열기도 하지만 이게 그나마 가장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영특하다.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크게 혼난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죽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이미 그때부터 난 죽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조금 더 격식 있는 죽음이 됐을 뿐.
고로,
나는 이젠
이대로 잠들어야 한다
뇌파가 세타파를 넘어 델타파가 될 때까지
관에 있는 모든 공기를 흡입해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슬며시 눈을 감아 진정 어둠이 되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