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다 Mar 31. 2017

일기를 쓴다는 것

그림일기 대신 진짜 내 마음 일기



혹시 일기를 쓰고 계신가요?

저는 스무 살 무렵, 보기 드물게도 일기장을 선물 받았습니다. 엄청 크고 두꺼운, 투박한 일기장이었죠. 대학교를 다니는 내내 써던 것 같습니다. 매일 쓰지는 않았고 저만의 원칙을 가지고 썼었죠.


그 원칙은 바로 '무언가 좋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을 때에만 쓸 것'이었습니다.

슬프고 안 안 좋은 감정과 상황을 굳이 기록해서 남기고 싶지 않았던 당시의 마음 때문이었어요.

좋은 것만 기억하고 바라보며 살자는 생각이었죠.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한동안 일기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2년 전쯤, 어떤 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이를 해주셨던 분이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꼭 손으로 그 상황과 감정들에 대해 글로 쓰며 정리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그러다 보면 마음 정리와 함께 좋은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이면서. 그날 이후로 묵혀 두었던 새 노트를 꺼내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힘든 일도 왜 힘든지에 솔직하게 쓰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조금은 특이하게도 일기를 아침에 쓰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개인 시간을 갖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회사에 일찍 출근해 아무도 없을 때 차분한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더욱 개운하더라고요.


연말에는 그해에 썼던 일기들을 주욱 훑어봅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싶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시간을 살고 있고 참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또다시 반복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 정리하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일기의 몇 부분들 발췌해 봅니다.


.
 


좋게 생각하려 노력했더니, 상황이 딱히 달라지지 않았어도 내 마음이 좋아졌다.

상황이야 항상 좋았다 안 좋았다 하는 것이니, 내 마음이 좋으면 그걸로 되었다.

4/24


아무것도 부족한 것도 잘못된 것도 없다. 다만 성장하는 과정이고, 나는 매일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6/11


남의 시선과 생각에 두렵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내려놓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다.

8/11


일요일마다 몰려오는 부담감. 회사에서 나의 기본인 일이 흔들리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노력해보자. 왜 열심히 잘해야 할지에 대해 늘 의문을 가졌었는데. 딱히 더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내 모든 것이 흔들리고 그것은 불행하기 때문에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11/10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상상보다도 더 멋진 현실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12/19






이전 07화 치유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