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존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다 Mar 16. 2023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는 자세

그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곳을 떠나도 큰일나지 않다는 것을

사진: Unsplash의Ed Leszczynskl



#1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나, 과로, 왕따 등의 여러 사유로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뉴스로 자주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래 그랬던 것인지, 정보 공유의 발달로 인해서 그런 것인지, 20년 전에도 자살 1위 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의 어두운 단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뿐인 것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겪으면서 저는 이 문제에 좀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제 자신도 그런 생각이 들 때에 자각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2

 목숨을 끊는 것이 잘못된 것이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너무 슬플 뿐입니다. 죽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면 너무도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고통 그리고 그 이후에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 있다면 또 어떤 모습일지. 실제로 그것을 마주하면 정말로 무섭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생이 더 무섭고 두렵고 힘들고 아프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죠.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픈 일입니다.



#3

 일단,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회사' 때문이라면 벗어날 방법이 있습니다. 수 많은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서 주변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고, 내가 스스로 도움을 조금이나마 요청하며 나아갈 수 있는 문제는 회사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식견일 수 있습니다)


 회사원들의 첫번째 자살 징후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것이 그냥 "아 죽겠다 죽겠어~"라는 말보다는, 나도 모르게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라든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 목을 매달고 싶다는 생각 이런 죽음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회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이고 그런 곳은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 회사에서조차 난 괴롭힘을 당하고 부당함을 당하는데, 다른 곳이라고 괜찮을까? 라는 왜곡된 생각이 이 삶을 끝내지 않고서는 계속 이 삶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곳이 괴로우면 떠나면 됩니다. 그것이 물론 쉽지 않음을 압니다. 나의 의지 박약이나, 내가 약해서, 내가 잘못해서 라는 생각 혹은 여기서도 안되는데 다른곳이라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다른 곳,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대차게 떠난다해서 그 사람들이 평생동안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만큼 한가한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못된 사람 혹은 그 못된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습관적으로 행동을 할 뿐이고, 운이 없어 그런 사람들을 잠시 만난 것 뿐입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싶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상세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잘 찾아보면 시에서나 시민 단체에서 노무사들이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가족 분들도 회사에서 괴롭히는 사람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너이고, 잠시 회사를 떠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4

 2년 전에 어머니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셨습니다. 정말 웃긴 것은 괴롭히는 사람들이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힘든 일을 하는 곳의 중간 관리자, 선배일수록 괴롭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지위라고 사람들을 참 못살게 굽니다. 못살게 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수치심을 주거나, 트집을 잡아 경위서를 쓰거나, 스케줄을 힘들게 잡거나 뭐 이런 것들입니다.


 저는 자식으로서 이 상황을 보고 공황증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 사건을 바로 잡을 지에 대해 몇달 동안 고민하고,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고, 가해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해자의 관리자에게 연락을 하고, 그래도 제대로된 사과를 받지않아 해당 회사의 인사팀에 전화를 했습니다.


 일단 가해자들은 본인의 잘못을 모릅니다. 나쁜 사람들은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를 대충하거나, 그 가해자들의 윗사람들도 대충 왜 피해자가 나에게 말을 안했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따라서, 이런 일이 생겼을 때에는 가해자에게 직접 따질 것이 아니라 증거를 수집하고, 무료로 상담을 해주는 노무사, 변호사와 상담을 한 뒤에, 해당 회사의 인사/노무 담당자에게 어떻게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연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저의 경험 위주이기 때문에 일하는 분야, 케이스마다 많은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이런 일을 알아보면서 느낀 점이, 직장 내 괴롭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이고, 그 증거 중에 효력이 큰 것은 직장 동료들의 증언인데,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본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된 증언을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거에 대해 실망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녹음을 수시로 할 수 있는 펜 같은 것, 문자와 같은 메세지로 폭언을 한 것, 정상적인 업무 스케줄을 벗어나 괴롭힘을 위해 이상한 스케줄과 업무를 요구하는 것, 경위서를 지속적으로 작성시키는 것 들에 대해 낱낱이 수집하십시오.


 물론 저는 이렇게 노력했지만, 어머니가 그 사건에 대해 회피하셨기 때문에 저와 어머니에게 상처만 남기고 그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소명을 하는 것을 매우 괴로워하셔서 이제 그만 하고 싶다며 그만 두셨거든요.


 

#5

 여러분의 소중한 가족이 괴롭힘을 당한다면, 꼭 알아두시고 지켜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슬픔을 멈추고,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