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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pr 24. 2023

자살은 '선택'이 아닌 '사고'입니다.

극단적 선택의 단어에 대해, 그리고 금기시되는 말에 대해




#1

 얼마 전,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자살 유가족으로서, 그리고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해 언론보도와 사람들의 추측과 충격에 대해 감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위 사진은 유퀴즈에서 방영된 한 장면입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는 매우 잘못되었습니다. 단어와 말이 우리의 무의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죽음이 '선택'의 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모든 자살이 같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첫째, 오랫동안 우울하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은 상태가 지속되었다는 조건이 있을 것입니다.


둘째, 약의 도움을 받든, 상담을 받든, 친구와 가족의 위로를 받든, 본인이 스스로를 다스리며 기분을 끌어올리며 나름대로의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도 분명히 있습니다.


셋째,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에너지와 기분이 훅 떨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종종 떠오릅니다. (길에 가다가 차에 치이는 상상이라든지)


넷째,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나에게 뭔가 안좋은 자극, 트리거(Trigger), 기억을 소환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생각은 겉잡을 수 없이 나를 감싸게 됩니다. 더 이상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인지의 왜곡이 생깁니다.




 정신적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는 사람이 혼자 있는 순간에, 트리거가 발생했고 그것을 잠재울 상황으로 전환이 빠르게 안된다. 이때 발생하는 사고라고 생각됩니다.





#2

죽고 싶은 사람은 죽고 싶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를 철저히 감추고 웃고, 더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충격에 빠지곤 합니다.


 계획도 다 세워두고, 평소와 다름없는 일과를 보내고, 며칠 전만해도 아니 몇 시간 전만해도 기분 좋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웃으면서 열심히 할 일을 다했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그것은 위장이거나 아니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좋았던 행복했던 순간일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이 아닌 갑작스런 '사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고를 막을 수 있느냐. 그것은 이 사건을 알기 전으로 내가 이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돌아가면 모를까, 이미 일어난 일을 막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지인의 관계일 경우 죄책감을 심하게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차 사고도 발생하곤 합니다. 그들에게는 주의와 관심, 치료가 필요합니다.




#3

 심리부검센터에서 대답한 설문중에 기억이 나는 문항이 있습니다. '연예인의 자살 보도에 대해 고인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예'라고 체크했습니다. 그 해에는 유명한 두 명의 연예인이 세상을 떠난 해였거든요.


 언론의 보도는 약해져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선택'이라니 이 삶을 어떻게 바꾸거나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선택'을 한다는 암시를 주는 것은 정말 큰 일입니다. 언론의 윤리라는 원칙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다시 잘 다뤄지면 좋겠습니다.




#4

 요즘에는 일반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보도되고 자세히 다뤄지곤 합니다. 대부분 직장에서 오는 문제로 대두 됩니다. 사람들은 그런 기사에 이런 댓글을 답니다. '그깟 직장이 뭐라고, 그만두면 되지'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 인지의 왜곡이 들어가면 '이깟 직장 그만두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문제가 아닐까, 여기서도 해내지 못하는데 다른 곳이라고 나아질까'라는 생각에 깊숙이 빠져 아무런 삶의 희망이 없다는 생각으로만 파고들어 휩싸이게 됩니다. 그 어떤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직장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좀만 더 버텨, 원래 직장생활이 다 그런거야'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만두어도, 쉬어도 괜찮아, 네가 가장 소중해'라고 말해 주는 것입니다.


 쉰다고 해서 달라질까 싶지만, 쉬면 달라집니다. 일단 나를 고통에 빠뜨려놓은 상황에서 벗어놓은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보면, 나의 모습이 다시 보입니다. 나의 세상도 다시 보입니다. 그러면 인지의 왜곡에 들어갈 확률이 줄어들게 됩니다.




#5

 자살 유가족이 되고 난 뒤, 눈을 감고 뜨는 것이 무서웠던 순간 순간의 날들에,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포털에는 '자살'이라는 것을 검색을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바로 생명의 전화로 연결하거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라라는 문구가 떠오릅니다.


 물론 방법이라든지, 너무 많은 케이스의 기사를 접하는 것은 위험하겠지만. 이런 마음이 들 때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 남은 사람들의 상처는 어떤지에 대해 알 수 있다면 그 또한 금기시되는 것보다 더 좋은 긍정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명의 전화, 저도 걸어봤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힘든 것에 대해 단순한 상황이라도 그 전에 무수히 많은 뿌리의 배경이 있는데 그것을 전화만으로 설명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 짧은 순간에. 그리고 그 애처로운 목소리로 '당신은 살 자격이 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고 해서 과연 나아지겠습니까. 그런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 깊은 상처로 얼룩진 사람들은 그런 말 조차도 늘 듣는 똑같은 말 뿐이라 생각할 가능성이 클것 같습니다.




#6

 그렇다면 어떻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가? 사람마다 많이 다르겠습니다만, 저는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내 삶이 이렇기 때문에 내가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점. 내가 이상하고 약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힘들고 약해질 수 있고, 이렇게 나아온 것은 나의 힘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근거.


 확실하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풀배터리 검사(Full Battery) 검사였습니다. 3~4시간 검사를 하면서 나의 생애 감정의 지도를 그리게 되고, 내가 살아온 배경이나 내가 힘든 것, 트리거가 되는 것 등에 대해 정리를 하게 되는데, 이 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상담을 시작하면 나에 대해 힘든 것을 미리 말하지 않고도 상담사가 미리 알고 대응을 할 수 있어 매우 편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에너지가 떨어져있을 때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검사로서 힘들긴 하지만, 한번 검사를 받고 나의 생에와 감정, 상태에 대해 객관적이 보고서를 받아 읽어보고, 그것을 다른사람에게 '내가 힘들어요' 그것의 배경을 한참 동안 얘기하고 정리해야하는 과정의 노력과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즉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자살 유가족의 경우 자살예방센터의 심리부검을 한 뒤, 지원을 받아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케이스를 많이 겪어본 각 지자체의 자살예방센터에 계신 상담사님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생각들과 감정들에 대해 좀더 심도깊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점 큰 도움이 됩니다.




#7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상처주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그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음을 알고 사람들에게 잘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죽고 싶다'라는 생각은 일반적인 것이 아닙니다. 저도 그랬고, 몰랐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이 들 때 '힘들다'라고 생각하지 '죽고 싶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면 반드시 도움을 받으십시오. 


 가족이나 친구가 회사 일로 힘들다고 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잠시 그만둘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대안을 찾아봐주십시오. 잠시 그만둔다고 해서 큰일나지 않음을 알려주고 믿게 해주고, 도움을 주시면 좋습니다.


 젊은 사람의 갑작스런 슬픔은 너무나도 슬픕니다. 순리에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슬프다고 합니다. 그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세요. 진정한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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