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조건만 생각하면 답이 없다
#1
이런 일은 늘상 있었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고, 답답한 기분이요. 아래 글에서도 다뤘던 내용이기도 하지만, 요새 다른 사람들에게 저의 경험담을 알려주다가 저도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게 되어 나누고 싶었습니다.
https://brunch.co.kr/@arooncokie/79
#2
실제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저는 동생이 남기고 간 집을 어머니가 살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동생이 차후 갚을 생각으로, 기존에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을 처분하고, 일부 대출을 받아 어렵게 마련한 집이었죠.
어머니가 쾌적한 곳에서 살기를 바랐고, 어머니의 노후 자금으로 자산으로 갖고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대출을 받아서 도와드리기에는 저도 아이 셋을 키우며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기에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날짜가 다가오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맴돌았습니다. 대출을 받을 수는 있을까? 그 집을 팔고, 빚을 없애고 더 낡고 작은 집을 가야할까. 그렇다면 새로운 동네는 어디로 정해야하지? 아이 키우고 직장다니며 시간이 없는데, 어머니 혼자서 집을 팔고 새로운 동네에 가서 알아보는 것을 하시기에는 너무 세상물정도 모르고 여려서 걱정이 되는데 어떡하지. 등등
그러다가 명상 수업을 가서 해결이 안되는 고민에 대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전혀 다른 상황을 가지고 빗대어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제가 20대 때, 명상을 배우기 위해
오랜시간 인도에서 지내다 돌아왔어요.
어머니의 따뜻한 집밥이 먹고 싶었죠.
그런데 어머니는 아들이 오랜만에 돌아왔다고
신경을 더 써주시기 않고 아무것도 준비해 주지 않았어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화가 매우 많이 났죠.
지금에 와 다시 잘 생각해보면
그냥 밥을 먹고 싶은건데
꼭 어머니가 해줘야 하 것은 아니잖아요.
내가 해 먹을 수도 있고,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할 수도 있고,
배달을 시켜 먹을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해서 스스로 화가 난거죠.
온다님의 고민에도
과연 한 가지 방법만 있을까요?
한계를 정하지 말고,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세요.
#3
그래서 집에 와서 다시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가 고민이 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조건들에 대해서요
원하는 조건1 > 대출을 받아 그 집을 유지한다
원하는 조건2 > 어머니가 동생이 힘들게 마련한 집에서 살게 한다
원하는 조건3 > 빚을 없앤다
여기에서 조건 1을 제거했습니다. 일단 조건 1은 대출을 받아야하는데 어머니가 무소득자라 대출이 불가하고, 그렇다고 제가 대출을 하기에는 여력이 없을 뿐더러, 가족에게 이 부담을 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조건 3을 없앴습니다. 빚을 없애려면, 현재 집을 가지고 있다가 좋은 조건에 팔고, 빚을 갚고, 남은 돈으로 집을 구하고, 그 집을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의 집을 사야할지에 대한 엄청난 고민이 필요해서 굉장한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조건 > 어머니가 동생이 힘들게 마련한 집에서 살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의 조건이 남았습니다. 그냥 모든 초점은 '어머니가 동생이 마련한 집에서 살게한다' 하나로 줄여서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생각난 것이 있었습니다. 국가에서 집을 담보로 연금을 주는 제도 말입니다. 자산은 남지 않겠지만, 빚을 없앨 수 있었고,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조건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본질만을 생각하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생각해야했습니다.
밥을 먹는다 : 직접 만든다, 외식 한다, 배달을 한다
밥을 먹는 것이 핵심이지 직접 만들고, 외식을 하고, 배달을 하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사실은 큰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엄마가 지어준 밥을 먹고 싶다'는 고집과 욕심 때문에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죠.
#4
최근에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다보니 이런 비슷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은 다 다르지만, 이것도 저것도 다 조건을 만족하려하다보니 도무지 해결방법은 없고 답답한 것만 생각하는 상황 말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병 입구에 손을 겨우 집어넣어 사탕을 잔뜩 움켜쥔채로는 병에서 사탕과 함께 빼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땐 주먹을 펴고 손을 빼야겠지요. 아니면 아주 살짝 사탕을 몇개만 집어들고 병안에서 손을 빼는 것입니다. 모든 사탕을 다 가지는 것이 아닌, '내가 사탕은 먹는다'에만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는 것이죠..
무언가 해결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내가 정말 달성하고 싶은 본질과 내가 모두 갖추고 싶은 조건에 대해 분리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조건 혹은 욕심을 하나씩 제거해서 내 마음에 딱 드는 상태로 이루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 일을 해결하겠다는 방법을 찾아보면 분명 방법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