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나의 시간을 기록하고 그 시간을 믿어보기
#1
이건 정말 오래된 저만의 비법입니다. 시작은 대학교 수능 부터 였습니다. 고3 때는 버리는 시간이 정말로 많았습니다. '붙을까 안붙을까?' 이 걱정이 늘 들어서 공부를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기분이 안좋아서 공부를 못했습니다. 어느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공부를 못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는데 시간은 다가오니 더욱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죠. 결국 수능을 망쳤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재수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붙을지 말지'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좋은 대학교에 합격한 친구를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했죠. 그런데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분이 안좋으면, 컨디션이 안좋으면, 불안한 생각이 계속해서 들면, 더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공부를 멈춰버리고 마는 제 자신을요.
그리고 사실은 몰랐습니다. 내 자신을 믿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요. 늘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안하고, 그 불안함이 저를 감시하고, 그래서 늘 긴장하기도 낙담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고. 그러자 친구는 대답했습니다
글쎄, 뭐라 설명을 해줘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거야.
#2
'내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말. 안타깝게도 저는 저를 사랑하는 법도, 제 자신을 믿는 법도 몰랐습니다. 그런 느낌을 애초에 알 수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그 친구의 말이 너무나도 인상깊었습니다. '무슨 느낌인지 모르더라도 내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나는 항상 내 자신에 대해 의심하고, 시험하고, 불안해하고, 평가하고 그래서 낙담하고 자책하며 살아왔습니다. 나를 믿는다는 말을 되뇌인다고해서 과연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아도, 당연히 그러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나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간 여러가지 공부 방법과 나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읽었던 책들과 강연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적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하게 흘러가는 생각을 지나가게 하는 것과 글로 구체적으로 적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큽니다. 어쨌든 무형의 '생각'이라는 것을 유형의 '글씨'로 마주하게 되니까요.
나는 나를 믿을 수 없지만, 내가 공부한 기록들을 남기면 그리고 그 흔적들을 매일 본다면, 나를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그래서 그날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름 붙인 것은 '시간 누적 공부법'이라는 것인데. 이런 것입니다. 1시간 단위는 너무 크니 30분을 기준으로 0.5h를 최소 시간으로 잡았습니다. 수첩에다가 그날 공부한 것들을 모조리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 수학 모의고사 1h
- 수학 개념서 1.5h
- 사회 문제집 복습 0.5h
- 영어 단어 외우기 0.5h
- 영어 독해 1h
오늘 하루 4.5h , 총 누적 공부시간 00h
너무 빡빡하지 않게,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면 그 수업도 공부한 시간으로 치기로 하고, 최대한 정직하게 기록을 해나갔습니다. 그래야 내 자신을 믿을 수 있으니까요.
#4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바로 내 자신을 믿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 공부 시간이 두자리가 되고, 세 자리가 되면서 저는 더이상 제 자신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안좋은 날에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0.5h 라는 누적시간을 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감정을 참고 공부를 한 페이지라도 해나갔습니다.
그렇게 누적된 시간을 보다보니, 제 자신을 믿게 되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그 누적의 시간들에 어떤 힘이 있는지에 대해 자신에게 감사하고, 믿고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믿다 보니, 시험에서 떨리는 일도 줄어들었고, 어떤 조건에 의해 공부를 미루는 날들도 줄어들었습니다. 미래에 대해 심하게 불안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일을 미루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5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이 누적시간의 힘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 누적 시간의 법칙을 실행합니다.
적어도 내가 이것을 200시간 누적해서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되면, 정말 안되는 거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어쩔 수 없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결과에 대한 불안보다도 내 자신과 그 시간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내 큰 목표를 미루고 싶은 마음과 부담을 덜어주게 되어 선순환에 진입합니다.
이것은 꼭 공부에 해당되지만은 않습니다. 잘하고 싶은 무엇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떤 한 강의라든지 발표를 준비할 때, 1시간 당 최소 20시간을 투자하고자 노력합니다. 이 발표를 망칠까, 안 망칠까에 대해 두려워하다가 준비를 미루기 보다는 0.5h 시간이라도 더해서 누적시간을 더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최소한으로 생각한 그 시간을 넘으면 자신감이 따라옵니다. 불안할 때에는 불안함을 없애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내가 달성하고 싶은 큰 목표에 대해서 100시간, 200시간, 그게 너무 어려우면 10시간, 20시간, 50시간도 좋습니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누적해서 그 목표에 대해서 다가가 보세요. 건너 뛰는 날이 있어도 괜찮고, 단 30분만 공부하는 날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시간이 나를 더이상 목표를 미루지 않는 길로 이끌게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