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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Mar 19. 2022

내 시간은 멈춰 있습니다.

그날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1

 얼마 전, 미용실을 갔습니다. 거울을 유심히 바라보니 그날 따라 유난히 제 얼굴이 나이들어 보였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 이사 온 지 5년 째입니다. 아이들을 본 이웃이 말합니다.

 

처음에 왔을 때, 갓난쟁이같았는데 이제 어린이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났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번의 계절이 2번 지나가고 세 번째 봄이 오고 있습니다. 나의 물리적인 모습, 나의 상황 모두 2년 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을 지났는데, 내 마음과 머릿속은 아직 '그 날' 에 멈춰있습니다.


 종로 경찰서의 연락을 받았던 바로 그날. 엊그제까지는 아니지만 일주일 정도? 아니 몇 주 정도? 그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계절은 8번이나 바뀌었습니다.




#2

 물론 그때의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눈을 뜨는 것도, 감는 것도 두려웠고. 매 순간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두려운 그때. 벌벌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야,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서 버티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해나가고 있죠. 그 기간 동안 내 주변의 친구들도 나이가 들고, 많은 상황도 변했습니다.


 어째서인지 나만 시간이 그 때로 멈춰져있습니다. 2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지금으로 워프를 한 듯한 느낌으로. 나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내 주변의 상황은 변했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 그때에 멈춰있습니다.




#3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하겠지요.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겠지요. 저도 더이상의 양해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누가 그렇게 살뜰히 마음을 써주던가요.


 내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의 모습과 공기, 온도와 느낌 그 모든 것들이 바로 몇 주 전에 일어난 일인 것 같은데. 난 아직도 그 시간에 멈춰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도 가족들도 모두 2년이라는 시간에 맞춰 변해가고 있는데 나만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자꾸만 부딪힙니다.


 나도 내 시간이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멈춰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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