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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pr 20. 2022

부고를 듣고

진우형을 추억하며



#1

"ㅇㅇ야, 진우형이 어제 돌아가셨대"


 갑자기 동아리 선배의 부고를 들었다. '진우형? 이름이 낯설다 누구였더라. 그분이 누구더라?' 생각을 하며, 성이 무엇인지 되묻고, 어떤 선배였는지 되물었다. 이윽고, 그 분의 직업과 학번,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듣자마자 슬픔이 밀려왔다.

아, 진우형이었구나...



 10년 전의 일이다. 아니 10년도 더 된 일이다. 난 대학교 동아리에 가입했었고, 졸업한 선배들과 교류를 하던 참이었다. 안경을 낀, 꽤 깐깐해 보이는 아저씨가 자꾸만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그 아저씨가 바로 진우 형이였다.


 학교를 다닐 때 그렇게 무서운 선배였다는데, 자꾸만 그렇게 다정하게 나와 선후배들을 한결같이 챙겨주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가끔은 오랜 OB 선배들이 아버지같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에게 '너는 잘 될 거다. 너에겐 무언가 있다'라고 말해주는 그 선배님들이 나에겐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그 시간의 나에게서는 꽤나 중요하고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졸업하고나서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른채, 내 삶에 갇혀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사실 그러고보면, 졸업 이후 진우 형에게도 내가 그닥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던 듯 싶다. 그 순간에만 서로가 모임의 의도에 의해 모임을 잘 유지하기 위해 긴밀히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웃었고, 많은 것을 했지만, 그 이후 그 너머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못했다.




#2

 그것이 충격적이었다. 10년 전의 나에게 꽤 중요한 부분을 함께 한 사람을 이름을 듣고서 누구인지 한참을 듣고 나서야 알았다는 것이. 나는 남들보다 불필요할 정도로 세세한 것들을 기억을 잘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잊고 10년동안 나의 삶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봤다. 내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도 그것과 다를바가 있을까. 지금의 나에 대한 평가, 나에 대한 시선. 나만 상처받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그렇게 평가하고 수근거리는 모든 사람들 10년 뒤에 그들이 내 이름을 기억할까, 내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까.  가치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다시금 강하게 들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다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있지 남에게, 나에게 관심없다는 그 말이 깊게 다가왔다.




#3

 장례식장은 동생의 죽음 이후 나에게 늘 트라우마다. 하지만 50km의 거리를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다. 가서 절을 드리고 사진을 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하는 지를 보며, 얼마나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자, 형제였는지 가득 느낄 수 있다.  갑자기 돌아가셨다. 달리기가 취미였고 여느 날과 다름 없이 달리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단다. 마지막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준비는 아무도 되지 않았다.


 최근에 오랜 기간동안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다진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갑자기 인사없이 떠난다고 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인사를 한다고해서 그 마음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아픔과 슬픔의 무게는 비슷하다. 후회의 무게도 비슷하다. 어느 것이 더 슬프고 무겁고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냥 슬픔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4

 집에 돌아와서 진우형에게 남기는 말을 썼다. 


 이건 나의 미신인데. 만약 죽어있는 사람의 영혼이 잠시라도 남아있다면,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마음을 알아서 알지는 못할 것 같다. 결국엔 말하거나 보이는 것, 남겨지는 것을 보고 알 텐데, 그렇다면 글로 그것을 남기는 것은 어떨까. 언젠가는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미신. 알 수 없는 미신.  형에게 이번 생을 너무 멋지게 잘 살아오셨고, 고생하셨고, 인연으로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썼다.


 가족들이 진우 형의 보살핌으로 잘 살아가기를. 내가 아빠에게 그렇게 기대했듯이.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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