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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l 02. 2022

자기 계발서가 정말 도움이 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출처 : Pixabay



#1

 어릴 때, 저는 대인공포증이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탁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얼굴을 푹 숙이고 거의 울먹이며 모기만 한 소리로 나지막이 겨우 몇 마디를 하고 후다닥 자리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번화가를 걸어갈 때면 모두가 나를 쳐다보며 "쟤 너무 이상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식은땀을 흘리며 인파를 헤쳐 나오곤 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의 케첩이 모자랄 때 '케첩 하나만 더 주세요'라는 말을 하기까지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을 글쎄요, 한 천명이 되는 사람 앞에서도 제가 할 말이 명확히 있다면 떨지 않고 충분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정으로 태어났거나 태어난 환경으로 인해 성격이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그런 자신의 모습에 포기하거나 만족만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2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아버지 역시도 마음이 여리고 자신의 모습을 고치고 싶은 열망이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저의 모습을 보고 많은 공감을 해주고,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셨습니다.


 물론 책이 능사가 아니라고는 하고, 때로는 책에 너무 빠져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는 것을 경계하라 하셨습니다(본인이 그렇다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니 서로 자신의 아픔과 열망을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잘 알고 이 부분만큼은 아버지가 저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아버지도 가끔 밖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점원들이라든지 부딪히는 행인들 가운데에서 누군가는 공손하고 친절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나 자신이 이상하기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은 나한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한테나 그런 원래 그런 사람이 있기도 하고, 원래는 그렇지 않지만 그날 혹은 그 시기에 안 좋은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기도 하고, 내 존재 자체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에 대해 읽고 그것에 대해 연습하고 다짐하셨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것에 대해 늘 두려움과 자신 없는 삶을 살았기에 다소 어린 나이, 열세 살부터 자기 계발서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자신이 변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신의 삶과 모습을 싫어하고 바꾸고 싶어 했기 때문에 집에는 항상 그런 류의 책이 많았습니다. 집에 있는 책부터 시작해,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읽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하고. 수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3

 정말 재미있는 점은, 자기 계발서를 그렇게 수도 없이 읽다 보니 나름대로의 패턴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패턴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패턴은 국가, 두 번째 패턴은 시대입니다.


1) 국가

- 자기 계발서의 원조는 어디일까요? 저는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대공황의 시기를 거치면서 부의 흐름이 바뀌는 역사가 한 번 일어났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성공 방법론을 깨닫거나, 공유하거나,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몇 있죠.  강철왕 카네기가 나폴레 힐에게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분석해서 책을 쓰라고 한 것과 같은. 그 외에도 조셉 머피와 같이 잠재의식에 대해 다룬 사람이라든가, '신사상'이라든가. 그 외에 성공학에 대해 다룬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그것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서, 라이프 코치라든가 동기부여, 혁신적인 회사나 사람들을 분석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책들과 사람들이 있었죠. 지금도 그것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분석적이고, 이론적이고, 이상적입니다.



- 두 번째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유럽에서도 그런 류의 책이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우리나라 서점에서 번역으로 많이 소개되는 책들은 대부분 미국 아니면 일본에서 인기 있는 책들이 번역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의 자기 계발 서적을 쓴 이들은 미국의 자기 계발서를 쓴 사람들이 스승이었다거나, 배웠다거나, 유학을 갔다 왔다거나 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패턴을 만들어 나갔죠. 일본의 자기 계발서들은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1일 30분 무언가를 하라든가, 나만의 방법들을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성공한 자신의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례까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실용적이고 구체적이지만, 그런 방법이 너무나도 작가들마다 다르고 개인화(Customized)가 많이 되어있다 보니, 그 수많은 방법이 나에게 다 맞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해 주기도 하죠 (물론 평생 따라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너무 방법이 많고 제각각)



- 세 번째는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패턴을 만들어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대의 패턴에서 좀 더 설명이 가능할 것 같아요.



2) 시대의 패턴


- 시대의 패턴이라 함은 국가 마다도 좀 다릅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를 일단 보겠습니다.

1990년대에는, 주로 누군가의 성공기에 대해 다루곤 했습니다. 개인의 성공에 대해 에세이 형식으로 나오곤 했죠. 하버드를 갔다든가, 서울대를 갔다든가, 해외에 나가서 성공한 개인의 신화에 대해서 본인이 스스로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거나 자괴감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허구죠. 지나고 나서 해석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잘 된 것이지. 그 사람이 살아온 대로 한다고 해서 그 사람처럼 성공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두 번째는, 미국의 초창기 자기 계발서들처럼, 여러 사람의 성공한 사람의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습관 이런 것들을 분석해서 내놓곤 했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같은 책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다음엔, 2000년대에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의 책이 나왔고, 2010년대에는 '좀 못해도 괜찮아, 천천히, 나답게' 이런 키워드로 나오다가, 다시 요즘엔 '더 독하게, 열심히'로 유행이 돌고 도는 현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일본의 경우에는 2010년대의 일본은 아마 '우주'에 꽂혀있었 던 것 같아요. 그 이전에 미국에서 2000년대 중반에 '시크릿'과 같은 류의 책이 대박을 쳤죠. 일본은 그것이 4~5년 뒤에 찾아온 것 같습니다. 시크릿이라 명시하진 않았지만 '신'이라든가 '우주'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찾아오며, 그것을 정화하고 간절히 바라고 믿으면 반드시 된다는 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요)


- 미국의 경우에도 2010~2020년대 관련해서 유명했던 책들이 뭐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류의 책들이 나왔습니다. '부의 추월차선', '레버리지', '나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미라클 모닝'등이 대표적이라 생각됩니다. 효율적으로 부를 얻기 위한 혹은 나 자신의 마음과 몸의 건강/웰빙을 위한 책들이 많이 나왔죠.




#4

 뭐, 아무튼 잠시 옆길로 이야기가 샌 것 같지만, 자기 계발서라는 것이 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데, 저는 좀 폭넓게 정의하고 있긴 합니다. 때로는 심리학, 철학, 인문학도 제목이나 목적에 따라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곤 하니까요.


 나를 계발한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혹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책이 자기 계발서겠지요. 하지만 이런 책들을 꾸준히 읽다 보면,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사람의 게으름이라든가, 허점을 꾸짖으며 노력을 하라고 비판을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것도 저것도 다 괜찮다라며 위로만 한없이 건네는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심리학과 철학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성취를 이루려면 '내 마음의 상태'가 중요합니다. 너무 상대를 의식한다든지, 실전에서 긴장을 한다든지, 늘 스트레스를 받으면 연습할 때보다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결국에는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잘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내 마음이라는 것은 때로는 감정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알아야 내 마음이 조금은 평안한 상태에 이를 수 있고, 그런 상태에 따랐을 때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취하는 마지막까지 즐겁고 평안하고 그리하여 결국에는 진정한 성공을(성공에 대한 기준은 모두가 다른지만) 혹은 더 대단한 성취를 이루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5

 자기 계발서가 천박하다며 독서에 있어 껴줄 수가 없다는 그런 확고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노력과 시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자극을 하거나 다그치는 것, 혹은 우주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된다거나 비웃음을 살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죠. 그리고 그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기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본인은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 아닌데,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람들을 끌어들여 성공을 한 사람들)


 하지만, 내가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떤 책을 집어 들었다면, 그것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수많은 책을 읽다 보면 나만의 취향과 패턴이 생기고, 그것을 비판할 수 있는 사고가 생깁니다. (물론 위에서 말한 사기꾼들을 경계하세요. 그 사람들을 신격화하거나 아이돌처럼 팬이 된다고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가장 기억나는 책의 제목이 있다면, '나를 바꾸는 데에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라는 책입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미국 작가가 쓴 책이었는데요. 열다섯인 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죠. 그래서 그 책을 읽고 '그래,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면서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학교를 가지만, 그 하루는 어제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나를 바꾸는 데는 하루가 걸리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운동을 책으로 배울 수 없듯이, 나의 행동과 말투, 생각들 책 한 권으로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운동선수처럼 매일 같은 훈련을 하듯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책을 보면서 마치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시도해보고 연습해봤습니다.


 보통은 그런 것들을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부모님이 그런 역할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도 몸도 모두 건강하고, 사람들과도 아주 잘 지내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친구들도 많이 있지요. 불행하게도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상한 사람, 이상한 친구의 취급을 받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점점 나에 대해 발견을 하고, 나에 대해 인정을 하고, 내가 부족한 점을 노력하기도 하고, 감정을 억제하기도 하고, 감정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많은 노력들을 했습니다.


 때로는 일본의 자기 계발서처럼 구체적인 방법론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미국의 자기 계발서처럼 거창한 꿈을 아무 한계 없이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남는 것은 매일 불안하고 비참한 하루였지만. 몇 년이 지나고, 또 몇 년이 지나면서 아주 서서히 낙숫물에 돌이 뚫리 듯이 저는 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책으로 제가 변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는다고 모든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내가 변하고 싶다고 책을 읽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주고 응원해주고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책이라는 것을 통해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나의 본래의 성정과 모습을 찾아간 것일 수도 있겠지요.


 

#6

 그래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반은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당신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는 것은 변하고 싶다는 가득한 열망이 있기 때문이고, 그 열망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 그런 성정으로 태어났는데, 태어난 환경으로 인해 성정을 누르면서 살아왔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모습이 다시 되고 싶어 그런 방향으로 틀게 되는 것이겠죠.


 무엇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경험하고 싶은 삶은 무엇인지, 내가 왜 괴로운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그렇게 나쁜 경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의 시작이 저는 자기 계발서일 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것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천박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문을 닫기보다는, 한번쯤 난 왜 성공하고 싶고, 난 왜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 것에 대해서 갈증이 항상 있고 괴로운지에 대해 궁금했다면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보고, 지속적으로 실패하며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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