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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ug 02. 2022

권모술수와 봄날의 햇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사진 출처 : 더쿠



#1

 IT 필드에서 일하기 때문에, 미국에 취업한 이야기들에 귀기울여 듣곤 했다. 그 중에 굉장히 인상깊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한국 기업의 정치에 진절머리가 나서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더했으면 더했지 정치가 없지는 않아서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직장에서의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국민성이나 그 나라의 문화 특성이 반영되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규모에서 오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치'라고 말하는 것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꼭 나쁜 것인가? 라고 했을 때, 그렇다 아니다라고 한 쪽으로만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정치에 대한 개념과 범위가 다르기도 하고, 내가 그 속에 속하는지 아닌지 명확히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전에 나쁘다 아니다라는 것을 판단하기 전에, 그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된다.




#2

 최근 너무나도 재밌고, 인상깊게 보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나온 말들이 인상깊었다.


우당탕탕 우영우, 권모술수 권민우 그리고 봄날의 햇살 최수연

 

 많은 커뮤니티에서, '봄날의 햇살'에 대해 감동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어떤 이는 현실은 한결같이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은 없으며, 권모술수와 봄날의 햇살을 오가며 회사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권모술수 권민우는 사실 '하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너무 티나게 싫어하고, 티나게 못되게 구는 것. 드라마 캐릭터상 일수도 있고, 실제로도 하수로 느껴진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봄날의 햇살의 사람처럼 행동하며 조용히 뒤로 권모술수를 부리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그 권모술수 권민우들은 알까? 주변 사람들이 언젠간 그것에 대해 다 알게되고, 그 과정에 대해 지켜보고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이 말을 안한다고 해서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모르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모르고 당하는 사람이 있고,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지만 언젠가는 다 알게 된다. 본인만 머리가 좋고 뛰어난 권모술수를 지닌 사람으로서 잘 살아가고 나머지는 멍청해서 모를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주변의 사람들이 조용히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래, 뭐 타고나기를 운이 더럽게 좋고 배경이 좋아서 계속해서 그렇게 눈이 보이는 것 없이 남을 무시하며 권모술수를 부려가며 잘 나가는 사람도 그 중에 있긴 있겠다만, 언젠가 그 끝은 온다. 그 끝이 왔을 때 사람들이 과연 그 곁을 지킬 것인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들이 몰라서,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말을 안하고 표현을 안하는 것이 아니다.




#3

 나는 사실 권모술수를 부리며 사람을 이용하거나,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을 단순히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넘어 증오하고 분노를 표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나의 아버지가, 나의 동생이 사람들에게 아무 말 못하다 상처를 가득 안은 채, 자신에게 그 화살을 돌린 채로 세상을 떠난 것 같기 때문이다.


 작년부터는 굉장히 솔직하게 나의 공격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권민우 변호사가 '우당탕탕 우영우'라고 했을 때, 우영우 변호사가 "이 권모술수 권민우가!!!" 라고 하는 정도 밖에 안될지라도 말이다.


 


 아니다, 조금 더 나아갔을지도 모른다.  "쟤는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 무례한 것에 대해서 무례하다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화를 내고, 말을 했다. 그것이 동료이든 선배이든 나를 평가하는 상사이든 간에.


 나도 그런 내가 놀라웠다. 하지만 조금은 뿌듯해지기도 했다. 그래, '난 혼자 다 상처를 떠안고 이 세상을 떠나지 않을거야. 나를 지키고 그래서 내 가족을 반드시 지킬거야'라며,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가십걸> 드라마의 대사를 떠올렸다.





#4

 정말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 어쩜 저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놀라곤 한다. 위에 썼던 대로, 그 사람들에겐 안보이고 안느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 알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며시 그들 곁을 떠날 뿐이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사회성이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우당탕탕 우영우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들 중에는 가끔 대리만족으로 자신은 그럴 수 없지만, 사이다 같다며 나를 응원해주기도 했다.


 

 나도 사실은 내가 이렇게 살면 안되는 것인지에 대해, 사회성이 부족해지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몇 개월 전, <알쓸범잡>에서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왜 그러시죠?" 라고 말할 수 있는 정상적 공격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끄덕이게 되었다.


 부당한 것에 대해 항의를 하고,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쟤는 미쳤으니까 건들지 말자'라고 생각이 들만큼 때로는 필요에 의해 이 구역의 미친년이 될 때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키고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 어디 사람이 나고 일이 있는 것이지, 일이 나서 사람이 있어야 하는가.




#5

 사회성이라는 말 뒤로, 교묘하게 봄날의 햇살의 가면을 쓰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들에게 당하지 말자. 라고 매일 다짐한다.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연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솔직하겠다. 사람들을 이용하지 않겠다. 권모술수를 부리지 않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겠다. 그럴만큼 힘을 키우고, 역량을 키우고, 결국엔 내 자신과 나의 사람들을 지키는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되도록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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