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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Jul 10. 2022

인간 관계의 유통기한

상처,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1

 정말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사실은 친구와의 관계, 지인과의 관계도 연인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아끼던 친구와 멀어지는 것을 느낄 때면 마치 남자친구에게 뻥 차인 것 같은 기분과 같았으니까.


 나는 과거의 관계의 그대로의 나에 머물러 있었다. 관계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고, 상대가 변했는데,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인정할 수 없었다. 아마도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고,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안다. 노력한다고 능사는 아니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될 인연은 잘 된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자면,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관계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고 바란다해서 그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2

 '좋아하는 사람은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연애에서 쓰는 말이긴 한데. 그것이 자꾸만 떠올랐다. 시간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그만큼 유용하거나 소중하거나 물질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호감이 간다면 모든 사람은 시간을 없어도 만들어 낸다. 반대로 우선순위가 자꾸만 밀려난다면, 그것은 억지로 마음을 다잡아야지만 하는 일이거나 완곡한 거절의 표현일 뿐이다.


 한때는 정말 순수하게 약속이 계속 틀어지는 것이 그 사람의 '바쁨'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 역시도 본인이 '바쁨'이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본인이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바쁨이라든가 코로나라든가 그 모든 것을 제치고 시간이 만들어졌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나는 그러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고 노력했다. 함부로 사소한 말일 지라도, 밥을 먹자, 한 번 보자, 차를 마시자라는 말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도 노력했었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함부로 하지 않고 한 번 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지켰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상처는 나아지지 않았다.




#3

 구질구질하다는 말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감정이겠지. 나는 지난 소중한 인연들에 시간을 멈추고 붙잡아, 그 소중한 추억을 붙잡고 소중히 여기고, 이따금씩 꺼내어보고 애틋한 마음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간이 어디 똑같이 흘러가던가. 사람마다 자기만의 상황과 시간이 있고, 감정이 있기에. 함께 누린 추억과 시간에도 다른 의미와 무게가 부여된다. 다르게 기억된다.


 명상 선생님은 말했다. "이미 그 관계는 끝났고, 너는 과거의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 너는 지금 현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이미 지난 관계에 뜨거운 돌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네 자신"


 그렇다. 관계는 이미 끝났다. 좋았던 관계가 지금 나쁘게 되어서 속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좋았던 관계는 과거고 그것은 이미 끝났다. 나는 다만 그 좋았던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욕심을 가지고 현재까지 끌고오고 노력하고, 바라고 혼자 실망 것이고 나는 현재를 바라보지 않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단순히 그 관계 뿐만 아니라, 그 관계에 관련된 조그마한 기회와 모든 인연에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며 모든 것을 차단하고, 방어함으로써 나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한다. 상처받기 싫기 때문에.




#4

 내가 그런 상처를 마주하지 않기에 놓쳐버리는 현재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나간 인연에 좋았던 인연에 집착하기 보다는 이제는 놓아줘야 할 듯 하다.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고 나에게 좋은 추억과 가르침을 줬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감사한 인연이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순간은 영원으로 남을 것이다.


 내 마음은 그리하여 현재로 데려와야 한다. 누구를 미워하지도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으면서, 때로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좋아하고,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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