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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Nov 10. 2022

내가 행복해도 될까

이제는 그래도 될까

Photo by Kawin Harasai on Unsplash



#1

어제는 아버지 기일이었습니다. 슬픈 감정이 문득문득 솟아 올랐지만, 그래도 웃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죽음이라는 연결고리 하나로, 아버지도 생각나고 동생도 생각나고 그로인해 슬픔이 마지막에 같이 밀려오지만, 그래도 나의 하루와 분리할 수 있습니다.




#2

행복은 사치 같았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에 나는 앞으로 평생 그 어떠한 행복도 느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따금 우연히 웃게 되는 순간이면, 이렇게 내가 웃어도 되는 것인지 자책했습니다.




#3

사람들은 쉽게 말했습니다.

"가족이 어떤 이유에서 떠났든, 가족의 행복을 바라지 않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세상을 떠난 가족이 나를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볼 수 있다해도 행복을 바라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그렇든 그렇지 않든 내 스스로가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지요




#4

행복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날이 행복이 아니라, 그냥 좋은 일이 없더라도, 나쁜 일이 있더라도. 나의 삶을 크게 흔들만한 사고,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닌 당연한 날. 그 자체가 행복한 날이다. 당연해 보이는 그 날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닌 굉장하고 대단한 우연의 행복하고 평안한 날이다 라고요.




#5

시간이 멈춰있는 채로, 1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두배가 넘는 속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으로 1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원래의 속도대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평안한 그리고 평범한 오늘 하루.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가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집에 돌아와 다 같이 잠을 자고. 그것이면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행복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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