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단어. 나이_2

살아봐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by 아로


눈치 딱지 모으기 대잔치를 벌이던 내 20대의 삶. 그렇게 살아온 내가 눈치 보지 않고 무언가를 결정하기란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가 딱히 뭐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혼자 괜히 주눅 들어 눈치 본 일들도 많았다. 시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부모님이라고 나와 함께 지내는 것이 편하셨을까. 나의 그 모든 행동은 불편함을 핑계로 어쩌면 내 마음 편한 길을 찾아내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눈치 보느라 한 그 모든 선택이 그때는 최선의 결정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남의 눈치 속에서 내 삶을 결정하며 살아간다. 직업을 선택하거나, 이성과 만남을 결정할 때에도 남의눈을 신경 쓴다. 하다못해 SNS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본인이 먹을 식사 메뉴를 정할 때마저 그렇다. 그리고 그것을 배려나 양보, 때로는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가 뭘까?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선택한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다. 내가 음식 메뉴를 정하고, 내가 미팅 장소를 정하고, 내가 여행지를 정하고, 내가 만남과 이별의 유무를 결정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 순간순간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의 상황은 분명 자책할 것이다. 그 선택으로 인해 받게 될 타인의 시선과 원망, 그리고 그 순간을 직면했을 때의 난처함과 민망함. 우리가 눈치 보는 것은 어쩌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사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사업인데 말이다.



이유는 딱 하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이 두렵고 남 입에 오르내리는 나의 이야기가 두려워 20대 전부를 눈치 인생으로 살아온 나. 30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딱 서른이 되던 2014년 봄, 사업자를 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마. 죽는 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는 일은 무료였다. 소득이 없으면 세금도 없기에 사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주변의 말이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네가 사업을 하겠다고? 무슨 돈으로?”


맞다. 정말 쥐뿔 없었다. 하지만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달라진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20대 내내 아주 절실히 깨달았기에 그런 말에 더 이상 약해지지 않기로 했다. 남 눈치 볼 시간까지 아껴 도전하고 변화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대로 새파랗게 젊다는 게 내 사업 밑천이었다.


사업자등록증을 들고 집으로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 종이 한 장이 가치 있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큰 결핍은 돈이었으니 돈이 있어야 해결되는 것과 없어도 해결 가능한 것들을 빈 노트에 쭉 적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돈이 없어도 해결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도장 깨기를 했다.

그 첫 번째 도장 깨기는 대학 진학이었다. 교육업 대표자의 최종학력이 전문대 졸이라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고, 늘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에 선뜻 도전장을 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사이버대학에 편입하고, 이어 석사까지 총 6년 동안을 쉬지 않고 학업과 사업을 병행했다.


부족한 경력을 쌓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그 당시에는 적은 보수에도 눈치 보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강의를 했다. 누군가에게 나 강의하는 사람이니 강의 기회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도 거침없이 하고 다녔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길을 걷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다 보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사업자를 내고 10년이 흐른 지금의 내 삶은 그때와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통장 잔고도, 집의 평수도, 그리고 회사 규모도. 심지어 주변의 몇몇 지인들은 내 인상도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때 그 회사는 개업 딱 3년 만에 법인으로 성장했고, 최종학력 ‘전문대 졸’이었던 나는 2023년 박사진학을 했다.



20대에는 몰랐지만, 30대에는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본인의 선택이 죄를 짓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핀잔받을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


-싫어할 사람은 백번 양보해도 나를 싫어하게 되어있고, 좋아할 사람은 눈치 보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 준다는 것.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곧 도전마저도 어렵게 만드는 나이의 가속도 구간이 다가온다는 것.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데 진짜 필요한 것은 돈이나 상황이 아닌 의지였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는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의지는 나이가 들수록 꺾인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인생에서 가장 젊은 지금을 밑천 삼아 조금 더 당당하게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본인의 인생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선택의 끝이 낙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삶에서 나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남 신경 쓰느라 포기하는 시간보다는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조금 더 과감하게 인생을 설계해 보아도 괜찮다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을 이겨야 다음 프로세스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그리고 마침내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그들에게 결과로 증명해 보이는 일. 그것이 나를 눈치 보게 만든 사람들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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