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인생에서 가족, 연인, 친척, 학창 시절 친구를 뺀 가장 오래된 인연은 누구인가?
2) 그 사람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가?
3) 그 사람과 얼마나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가?
4) 지금은 얼마나 자주 연락하며, 어떤 사이로 지내고 있는가?
어느 날 문득,
'나에게 가장 특별한 인연은 누구일까?'
라는 생각에 빠져 한참이나 시간을 쓴 적이 있다.
이런 질문을 던지면 누구나 그렇듯 당연히 가족 또는 지금 내 곁에 있는 배우자나 연인을 먼저 떠 올리겠지만, 뻔한 답이 싫었던 나는 답안지에서 그들을 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조금 바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 그러니까 적어도 10년 이상 끊기지 않고 연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쉽게도 지금 나와 자주 교류하며 살갑게 지내는 사람 중 가족을 빼고, 친척을 빼고, 학창 시절 친구들을 빼고 나니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하고 사는 사람이 딱히 많지 않았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자주 만나고 교류하던 사람이 지금은 내 곁에 없는 경우도 있고, 한때는 이런저런 비밀을 나누며 죽고 못 살던 동네 언니도 몇 년 전 이사 간 후 점점 소식이 뜸해져 이제는 생일에나 겨우 안부를 묻는 딱 그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내가 가깝다고 말하는 지인들의 라인업은 자연스럽게 몇 번쯤 희석되기도, 또 물갈이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에게 가까운 사람들이 바뀌어 가는 그 과정 속에서 그렇다 할 트러블이나 이벤트가 매 순간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고, 꽃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싹이 돋아나듯 그 모든 과정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누군가와 멀어지고, 또 새로운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것마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데에는 시간이란 녀석이 분명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고 더 단단하거나, 또 짧게 알아 왔다고 깊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짧지만 깊었던 사람도, 길었지만 잔잔했던 사람도, 그리고 더러는 잔잔하고 짧았던 사람도 있었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수록 관계는 더 오래 유지된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랑보다 더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에 의한 관계라나? 그런데 나에게는 어떠한 득과 실의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연이 있다. 그 인연은 아르바이트로부터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