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나는, 이미 가게에 있었다

선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시작

by 올해의 계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1월 1일, 새해 첫날이었다.

그때 부모님이 하던 가게는 지금의 식당이 아니라 동네 술집이었다.

일반음식점이었고,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게 신기했다.

홀에서 주문을 받는 일, 포스를 눌러 계산하는 일,

손님이 나가고 나면 테이블을 정리하는 순서까지.

어른들 사이에서 일하는 분위기도 낯설면서 재미있었다.

그때의 나는 ‘돕는다’기보다는

처음 사회에 들어온 기분으로 가게에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최저시급을 받았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문득 엄마에게 물었다.

“나는 쉬는 날 언제야?”

엄마는 잠깐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쉬는 날은 무슨 쉬는 날이야. 없어.”


그 말을 듣고 이상하다고 느끼기보다는

혼자서 먼저 이해해 버렸다.

완전한 사장은 아니지만 주인 쪽이고,

부모님도 안 쉬는데 내가 쉬는 게 이상한 것 같았다.

그래, 주인이 쉬는 날이 어딨어.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고 넘어갔다.


밤낮이 완전히 바뀌었다.

가게가 끝나는 시간은 늘 늦었고,

몸은 항상 피곤했다.

그 정도였는지, 고3 졸업식도 가지 못했다.

너무 피곤해서, 정말 갈 수가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졸업장을 받으러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도 아니어서

괜히 더 뻘쭘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에 다니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에 가기 전이나 끝나고 바로 가게로 갔다.

쪽잠을 자며 겨우 일어나 수업을 들었다.

가게가 끝나는 시간은 새벽 두세 시,

수업은 아침 아홉 시부터 시작하는 날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할 짓은 아니었다.


결국 술집 장사를 접게 되었고,

부모님은 식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를 1학기만 다니고 휴학을 냈다.

그때도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지금 돌아보면

스무 살의 나는 너무 많은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쉬지 않는 것, 피곤한 것, 미뤄지는 일상까지도

다 원래 그런 줄 알았다.

그 선택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그때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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