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만 붙었다고 끝이 아니란다 : 건강검진, 레퍼체크, 비자 승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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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두기
: 모든 외항사가 같은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 면접 방식을 비롯한 모든 내용은 같은 항공사라 하더라도 공고, 시기와 개인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코로나 이후 충원을 위한 유래 없는 메가 채용이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이 편에서는 파이널 1:1 면접부터 건강 검진을 거쳐 백그라운드 체크Background Check, 그리고 입사 가능 날짜 확인을 위한 서베이Survey 메일을 받기 까지를 돌아본다.
5. 대면 면접 - 파이널 1:1 면접(Final 1:1 Interview) : 2023년 12월 중순
입사까지는 한 없이 기다려야 하더라도 결과는 그 자리에서 나오는 게 외항사 채용의 장점. 속전속결로 당일 1:1 면접까지 진행됐다. 밖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앞서 제출한 내 서류를 맡은 담당자가 나를 부르러 나온다. 빨리 보고 끝내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같은 시간대에서 2번째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면접관마다 노트북과 서류 더미를 올려둔 책상이 5~7개 정도 있었다. 그 앞에 자리 앉아 1:1 면접이 시작된다. 사람마다 소요시간도 상이했다. 누구는 대여섯 개라 15분 내외, 누구는 30분 내내 아주 사소한 것 까지 물어봤다고 했다.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였는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는지 그간 봐온 다른 면접들 보다 덜 떨렸다. 면접관 역시 자기를 소개하며 'CV에 기반해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니 편하게 얘기해줘, 내가 지금 타자를 치고 있다고 해서 네 얘기를 듣지 않고 있는 건 아니야'라며 분위기를 풀어줬다.
그간 여러 면접을 봤지만, 직무와 신입이라는 공고 특성 때문인 지 가장 가볍고도 쉬운 질문들이 나왔다.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성격 장단점, 해외 경험, 서비스직에서 겪은 까다로운 고객demanding customer 대응 일화, 같이 일 하고 싶지 않은 동료 등. 해당 항공사에 대한 관심도와 적응도를 평가하는 (것 같은) 질문인 회사 지원 동기와 해외 정착에 대한 생각까지. 답변 준비를 했지만 그대로 대답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면접이 끝날 쯤에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지 물었다. 언제 입사가 가능한 지, 그리고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는 지도(나는 유럽권 제2외국어를 아주 약간 할 수 있어 언급했지만 큰 베네핏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회사가 지정한 특정 언어에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하면 관련 수당Allowance 이 나온다). A4 종이 2/3 정도의 영어 우화를 소리내 읽어보라고 하고, 요약한 뒤 그 우화에서 느낀 점을 묻는다.
면접을 다 보고나서 사실 아리송했다. 분위기가 좋긴 했는데, 특별히 합격 사인이라고 할 만한 점이 있지는 않았다. 이 채용에선 면접관이 다음 단계인 건강검진Medical을 잡는 곳으로 데려가면 합격, 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6 weeks 안에 연락 줄게'라고 하면 불합격이었다.
면접관이 "이제 면접 끝났으니 가자"라고 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떨어진 줄 알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 같은 직무는 아니더라도 이직 시도를 하긴 했네 등의 정신 승리를 하며 짐을 싸고 해당 면접장을 나서 자연스레(?) 계단쪽으로 이동하는데... '건강검진 잡으러 가는 곳은 여기야!'라고 얘기했다.
'뭐지 나 붙은건가?'라고 생각하던 와중 '축하해! 비자까지 잘 마무리하고 홍콩에서 보자'라고 얘기하고 면접관은 떠났다. 같이 대면면접을 봤던 사람들 중 일부는 먼저 면접을 끝내고 건강검진 일정 예약을 위해 앉아 있었다. 면접관이 제안했던 날짜 중 가장 빠르고 건강검진에 문제가 없는 일자, 약 한 달 뒤로 잡았다. 호텔을 나서며 'Medical Examination Confirmation'의 메일을 받고나니 조금 실감이 났다.
6. 가계약서 수신(LoE, Letter of Employment) : 2023년 12월 말
7. 평판 조회 진행(백그라운드Background 혹은 레퍼런스Reference check) : 2023년 12월 말 ~ 2024년 1월 초중순
가계약서 혹은 콩츄메일이라고도 불리는 LoE, Letter of Employment는 면접 바로 다음 주에 받았다. 메디컬도, 평판 조회도 끝나지 않고 비자 단계에서도 엎어지는 게 외항사 채용이니 모두 입사 날짜DOJ, Date of Joining이 나올 때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절대 그만 두면 안된다.
가계약서야 사인해서 보내면 끝이라지만, 평판 조회는 어떻게 해야할 지 조금 난감했다. 기본적으로 이 채용에서는 제출한 CV와 경력증명서 내의 모든 경력을 조회했다. 개인 사업장의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모든 경력을 말이다. 나는 모 대기업의 SPA 브랜드에서 2번에 나눠 약 1년 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3년이 지나 경력증명서 발급이 불가하다고 해 제외했다.
*참고로 지원과 대면 면접 때의 CV는 상이했다. 일부 내용은 가독성을 위해 제외하고, 디자인이나 전반적인 구성도 바꿨다.
개인 신원 조회 동의서에 사인하고, 당시 정규직으로 재직하고 있던 사무직만 유일하게 작성해 제출했다. 정확히 이 신원 조회는 킥 오프Kick off가 12월 28일에 시작, 해를 넘겨 1월 11일에 100%로 완료 됐다. 영문으로 된 재직 증명서와 함께 내 신원조회를 해 줄 회사 사람의 이름, 번호와 직책을 같이 적어내야 했다.
아직 갈지 말지도 모르는 회사에- 그것도 생판 다른 분야에 이직을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팀에 말할 수 없었다. 정말 모든 것이 확실해 진 뒤에, 합격은 물론이고 가겠다는 내 의지도 확실한 상태에서 내뱉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늘 함께 판교 탈출을 꿈꾸던 옆 팀 동기에게 슬쩍 흘렸다. 나 이런 이런 상황인데 레퍼 체크 좀 도와달라고. 나중에 보니 그 친구에겐 연락이 안간 걸 보니 인사팀 대표번호의 누군가 받은 것 같지만.
중간 중간 URGENT이란 단어를 달고 냈던 재직증명서를 다시 보내달라거나, 제출한 서류에서 주민등록번호RRN number를 지우고 제출하라거나 라는 메일이 왔었다. 같이 지원한 사람들과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해 오픈카톡방에도 들어가보니 내 경우에는 모든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 했다. 내 레퍼체크가 끝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Kick off조차 시작 못한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8. 건강검진(메디컬Medical Examination) : 2024년 1월 중순
면접으로 부터 한 달이 지났다. '그냥 하루 쉬려고요'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연차를 내고 아침 일찍 신촌으로 향했다. 기본적인 시력 검사를 비롯, 채혈과 소변 및 스카 체크를 간단하게 한다. 나는 유니폼을 입으면 보이지 않는 어깨 쪽에 타투도 인폼했다. 건강검진을 보던 날 기준 1년 전에 받은 복강경 수술도 솔직하게 적어냈다. 대신 이미 영문으로 완치가 되었으며 더 이상 생활에 지장이 없음을 적어준 대학병원의 소견서가 있어 첨부했고, 이후 관련해 별다른 연락을 받진 않았다.
이후로는 정말 기다림의 시간. 비자 신청이 끝나면 언제 입사가 가능한지를 묻는 서베이Survey 메일이 오고, 최종 입사 날짜인 Date Of Joining이 확정된다. 2월 말이 될 때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다. 진행 상황 확인을 위해 오픈카톡을 나오지 않았는데 당시 이민국에 전화해본 사람들이 비자 받은 것이 없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아직 건강검진 결과를 넘기지 않았다고 했다 등의 별별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2월 중후반, 드디어 서베이 메일을 받았다.
9. 서베이 메일 수신 : 2024년 2월 중후반
10. 최종 입사일 확정 : 2024년 2월 중후반
그토록 기다려온 서베이 메일! 아직도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 알럿을 받았던 게 정확히 기억난다. 서베이는 즉시, 1개월 후, 2개월 후, 3개월 후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가는 게 맞는 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남아있을 때고 다니고 있던 회사에 대한 정리 등도 필요했던 터라 우선 3개월 후로 답장을 보낸 뒤 미뤘다. 선택지가 어쨌든 하나 더 늘었네 라는 기쁨과 함께. 그리고 다음날 바로 5월 후반 중으로 내 입사일을 정해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다.
한 2주 정도가 지나 비록 '너 면접 때는 한 달 뒤에 입사 가능하다고 했는데 왜 지금은 3개월이야? 그거랑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줘'라는 연락을 다시 받긴 했지만. 여기에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사정이 있어. 후임도 구하고 인수인계까지 할 시간이 필요해. 5월 말 대신 5월 초 입사는 어때?'라며 계약 종료일이 없는 정규직 포지션Permanent position이 명시된 재직증명서를 첨부했다. 그렇게 내 최종 입사일은 가장 미룰 수 있는 날짜였던 5월 초후반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