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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Nov 26. 2022

너와 나의 연결고리

생후 2개월 : 혹시 엄마는 분리불안인 걸까

오은영 박사님께서 6살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에게 하셨던 말씀이 있다. 아이는 엄마와 세 단계의 이별을 하게 된다고. 첫 번째는 탯줄이 떨어지는 순간이고, 둘째는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이고, 셋째는 걸음마를 떼는 시기였다.


첫 번째 이별은 내게 아직 마냥 신기하고 소중하기만 한 경험이다. 내 뱃속에서  나온 아가의 귀여움에 도취되어 이별을 슬퍼하거나 아쉬워 할 겨를이 없다. 오히려 아가의 얼굴을 보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지금이 뱃속에 품고 있었을 때보다 더 신나고 소중하다. 떨어진 탯줄은 잘 말려서 아가의 첫 도장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모유수유 3개월 차인 오늘. 출산 후로 미루어두었던 종합건강검진에서 임신 중에는 받을 수 없었던 방사선 검사를 받으며 아가와의 첫 번째 이별을 실감한다. 동시에 아직 수유 중이기에 조심해야 할 사항을 안내받을 때마다 앞으로 다가올 두 번째 이별의 순간을 미리 조금씩 실감한다.


태어나기 전에는 야심차게 분유자동제조기까지 사두며 완전한 분유수유를 다짐했는데, 막상 태어난 아가에게 초유를 물리니 계속 모유를 먹이고 싶어졌었다. 처음에는 백일만 먹이자 다짐했지만, 막상 80일이 되자 조금만 더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내 피로 만들어진 모유를 본능적으로 촵촵 빨아대는 아가를 보면 탯줄로 먹이던 그때처럼 아가와 내가 다시 연결된 기분이랄까. 그래서 아가와의 두번째 이별의 순간은 최대한 미루고 싶다.


언젠가 수유를 끊고 분유와 이유식만 먹게 되면 어디서 무엇을 할 때마다 매 순간 내가 아기 엄마임을 상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마음먹고 꾸미고 나서면 밖에서는 마치 아기가 없는 처녀인 척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막상 두 번째 이별을 앞두고 서운한 건 아가가 아니라 나인 것 같다. 아가가 먹고 느끼는 모든 세상이 나였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 아가는 나랑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나름대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갈 아기를 기특한 마음으로 응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섭섭하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반나절 잠깐 집을 비우는 동안에도 나는 아가가 보고 싶어 죽겠는데, 왠지 아기는 나 없이도 잘 먹고 잘 노는 것 같아 아가에게 철없이 서운했다. 사진첩에서 아기 사진을 찾아보면서 어느새 이렇게 커서 목을 가누나 신기해하고, 다시 또 아쉬워졌다. 아무래도 엄마인 내가 아가와 분리불안에 걸린 건 아닐까.


이제 돌이 지나면 걸음마를 뗀 아가와 세 번째 이별의 순간도 찾아오게 될 것이다. 내 곁을 떠나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길 것이고,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려 할 것이다. 철없는 아쉬운 마음은 애써 접어두고, 아가가 더 큰 세상으로 내딛는 발걸음을 한 걸음 뒤에서 응원하고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주변을 살펴주는 멋진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건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다. 진심으로 쿨하게 아가를 독립시켜 주기 위해서 지금부터 조금씩 마음을 단련해야겠다.


이렇게 매일 아기와 조금씩 더 분리되어가겠지만, 그래도 항상 마음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녀지간이 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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