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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Dec 09. 2022

엄마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생후 3개월 : 너의 세상에 있는 모든 어려움이 내 탓인 것만 같다

엄마는 아기 앞에서 무한한 약자다.


아기가 아픈 건 잘 돌보지 못한 내 탓이고, 아기가 몸무게가 잘 늘지 않으면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내 탓이다. 아기가 잠들지 못해 칭얼거리는 건 수면습관을 잘 잡아주지 못한 내 탓이고, 아기가 키가 작거나 발달이 느리면 그런 유전자를 물려준 내 탓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아기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심장을 콩닥이며 으앙 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요새는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밤새 무슨 꿈을 꿨는지 아침마다 내게 종알종알거릴 때마다 벅차게 감사하다. 눈 맞춤을 오래 해주고, 가끔 까르르 웃어주기라도 할 때면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래서 육아를 하는 나의 하루는 미안하다거나 감사하다는 말로 점철된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때로는 시시비비를 가려가며 상대를 탓하기도 했는데, 아가와의 관계에서는 그런 걸 따질 겨를도 없이 모두 일방적으로 내가 미안한 거고 고마운 거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가. 생각해보면 아가의 세상이 만들어진 건 오로지 부모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아가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들고 어려운 건 그 세상을 만들어 놓은 부모의 책임일 것이다. 아가는 선택권 없이 느닷없이 태어났을 뿐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사연이 담긴 기획기사를 보고 있는데 이 기획물의 제목은 거진 미안하다는 이야기다. 남겨진 부모들은 그날 괜히 아이에게 용돈을 쥐어줘서 미안하고, 빨리 찾아주지 못하고 혼자 두어서 미안하고, 이런 처참한 참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방치해서 미안하다. 이삼십 년이 흘러 성인이 된 자식 앞에서도 부모는 여전히 미안하다.


부모로서의 미안함은 때론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고, 아기에게 자주 웃어줄 수 있는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고, 아기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는 똑똑한 엄마가 되고 싶고, 아기가 어디에 있든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덕분에 아기가 생기고 매너리즘에 빠졌던 삶에 활력이 돈다. 언제 죽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던 내가 어느 순간 건강검진도 하게 되었고, 순간의 행복을 누리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던 내가 부지런을 떨며 운동도 하고 책과 뉴스도 더 찾아보게 된다. 다시 한번 아가에게 고마운 지점이다.


쉰이 넘은 우리 엄마는 여전히 서른 한 살이나 먹은 당신의 딸이 육아로 끼니를 거르지는 않을까, 몸이 상하지는 않을까, 자칫 우울해지지는 않을까 내게 도움을 주고 싶어 안달이시다. 1살 딸을 둔 엄마도, 31살 딸을 둔 엄마도 여전히 미안한 건 매한가지다. 평생 엄마라는 존재로 살게 된다는 건 벌써 참 벅차게 부담스러우면서도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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