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 우리는 같이 육아를 해나가고 있는 거야
150일이 된 우리 아가, 드디어 자신의 취향을 꽤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가의 성장에 있어 엄마가 조성해 주는 환경은 꽤나 중요하다. 우리 아가는 지금 장난감 보다 더 많은 그림책에 둘러싸여 있고, 옷차림도 엄마의 취향대로 톤다운된 색상의 옷에 포인트가 되는 턱받이를 꼭 착용한다. 조금이라도 기념할만한 날이 되면 이벤트를 좋아하는 엄마의 소원대로 아가는 색다른 옷을 입고 포토존에 서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엄마의 취향대로 놀고, 입고, 먹고, 자던 아가가 자신의 호불호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요새 아가는 우연히 물려받은 촌스러운 동물 그림이 가득한 침대가드에 온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 잠에 들기 전에도,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도 침대가드에 그려진 동물들을 즐겁게 구경한다. 깔끔한 베이지톤으로 바꿔줘야지 생각하며 평소 눈엣가시로 여겼던 침대가드인데, 아가가 이렇게나 좋아하니 차마 바꿀 수가 없다.
어느 책에서 이 시기쯤이 되어서야 아가가 비로소 엄마와 자신을 다른 존재로 구별하기 시작한다고 들었다. 어쩌면 이건 엄마한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내 아가를 어떻게 키워볼까 즐거운 인형놀이에 몰두해 있었는데, 아이도 자신의 선호를 지닌 독립적이고도 능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너, 유명한 노래가사가 우리 사이에도 다시 인용된다.
아가 방의 침대가드를 아가 취향대로 두기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나는 나의 욕심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아가와 나의 의견이 부딪치는 일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엄마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불통의 팀플레이를 할 것인가, 아가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두가 행복한 팀플레이를 할 것인가. 마치 이 육아 프로젝트의 리더인양 굴고 있는 나는 고집을 한 꼬집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