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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Apr 11. 2023

아가의 사교생활

생후 6개월 : 아가, 낯선 사람이 많이 무서운 거였구나

생후 6개월이 되자 아가가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친정엄마 찬스로 서울 나들이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할머니에게 낯을 가리는 건지 귀청이 떨어지게 울어대던 나의 아가! 아가와 만난 후 처음 본 고통스러운 울음이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아가는 본격적으로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아가가 엄마 껌딱지면 힘들어질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묘한 우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는 아가를 달래는 특효약은 내 품이고, 내 목소리다. 나는 자신있게 우는 아가를 받아들고, 우는 아가는 어김없이 내 품에서 순둥이가 된다. 내가 아가의 세상의 기준점이자 베이스캠프인거다. 이건 아빠도 하지 못하는, 명백한 엄마만의 권위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낯을 덜 가릴까 싶어서 매주 문화센터도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데, 우리 아가는 여전히 낯선 이들이 무서운 문화센터의 최고 겁쟁이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이모들도, 재미난 장난감도 모두 마다하고 오로지 엄마인 내 품만 찾는다. 문화센터만 가도 아가들의 MBTI를 알 수 있다더니, 우리 아가는 영락없이 날 닮은건지 내향형이 분명해보인다.


한편으로는 낯가리는 우리 아가, 혹시나 사회성이 뒤처지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다행히 낯가림은 정상적인 발달의 증거라고 한다. 마침 오은영 박사님의 육아서에 관련 내용이 있어 읽어보았는데, 낯가리는 아기의 심리는 사실 낯선 사람들이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걱정이라고 한다. 낯가림에 울고 있는 아기를 받아 들며 농담 삼아 "우리 아가, 팔려가는 줄 알았어?"라고 하곤 했는데, 아가는 진짜로 자신이 납치당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러고 보면 문화센터 교실에 1등으로 도착했던 날에는 낯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어주고 손을 잡으려하며 놀라운 사교성을 뽐냈다. 낯선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조금씩 서서히 알려주며 아가를 안심시키는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내 본능대로 육아했던 게 전문 육아서와도 맞아 떨어지는 걸 볼 때, 나 정말 엄마라는 역할을 타고난건가 싶어서 매우 우쭐해진다.)


요새 엄마 껌딱지가 된 아가의 가장 큰 친구는 나이지만, 동시에 나의 가장 큰 친구도 우리 아가이다.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함께하며 서로의 변화를 모두 공유한다. 나는 아가가 세상에 나와서 만난 첫 친구로서,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탄다. 아가에게 앞으로 나처럼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기기를, 그리고 우리 아가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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