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9개월 : 아가는 오늘도 무섭도록 빠르게 자라난다
아가가 9개월을 넘어서자 하루가 다르게 할 줄 아는 게 늘어간다.
한 달 전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가가 잡고 서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너무 놀라서 대단하다고 호들갑을 연발했고, 그 순간 아가도 우리를 보고 씩 웃어주었다. 아마 본인도 스스로가 뿌듯했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한창 손 놓고 서는 법을 익히고 있는데 1초, 2초 손 놓고 서는 시간이 늘어갈 때마다 아가는 역시 우리를 쳐다본다. 본인이 이뤄낸 이 대단한 성취를 봐달라는 듯이. 심지어 밤늦게까지 몇 시간이고 잠을 안 자면서까지 손 놓고 서기를 연습한다. 이런 아가를 보고 남편은 본인이 스노보드를 처음 배우던 때를 떠올렸다. 새로운 걸 배워 나가는 게 재미있어서 일분일초가 아쉽던 시절이 분명 우리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그런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잃어버린 걸까.
아가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부터 나는 아가의 하루하루가 존경스러웠다. 내가 똑같은 일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아가는 부지런히 손가락도 만들고 이목구비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그 콩알이 어느새 꽤나 어엿한 사람의 행동을 하는 자연의 신비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보내고 따봉을 날리게 된다. 그 덕분인지 아가의 첫 개인기는 박수와 만세가 되었다.
요새 아가는 대근육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해서 책장과 가구를 마구 오르고 있다. 인지능력도 한 단계 도약한 건지 본인을 두고 가려는 낌새만 보여도 칭얼거림을 시전 한다. 요즘 유난히 육아가 힘에 부쳐 울고 싶어 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무섭게 자라나는 속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도 아가는 매일 바쁘게 자라나고, 엄마인 나는 뒤처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가와 페이스를 맞춰서 나아가려면 아무래도 내가 많이 분발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