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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Nov 21. 2022

남편, 아가 왜 우냐고 나한테 묻지 마

생후 2개월 : 매일 조금씩 너를 더 많이 이해하는 엄마가  될게

아가와 함께한 지 이제 70일 남짓 되었지만 언제나 아가의 울음은 견디기 힘들다. 그 작은 몸이 견디기 힘들 만큼 큰 소리로 울어댈 때면, 혹시 울다가 숨이 막히는 건 아닐까 무섭다. 아가를 무엇으로도 달래지 못할 때면, 이 작은 아기 하나 보살피지 못하는 무력감이 나를 힘들게 한다.


그간 하루종일 아가랑 붙어 있으면서 깨닫게 된 건, 육아는 '관심'과 '인내'라는 정도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 육아는 템빨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가를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가의 하루에 관심을 가지는 것과 아가를 위해 엄마가 인내해주는 것이다. 


먹고 놀고 자고, 나의 하루가 아가의 하루에는 대여섯 번이나 찾아온다


하루에도 여섯 번은 먹어야 하고, 그만큼 자주 싸고, 자주 자고, 자주 깨는 아가. 아가의 하루에는 내 하루 패턴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이 모든 걸 으앙 울음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가를 초보 엄마가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아가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일과 패턴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가와 나 서로를 위해 예측 가능한 하루의 육아일과 패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요새 육아 스케쥴 관리를 위한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정말 많은데, 내 필수 앱은 바로 베이비 타임이다. 아기 낳고 정말 기억력이 나빠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수유가 언제였는지, 벌써 기저귀 갈 시간 즈음이 된 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나에게 베이비 타임 어플은 아가가 배고플 때가 되었구나, 기저귀 간 지 시간이 벌써 오래 지났구나를 알려줘서 아가의 울음에 대응하는 적중률을 높여준다. 실제로 아가에게 젖을 물려주니 아가가 허겁지겁 빨아 줄 때나, 푹 젖은 기저귀를 발견할 때면 정답을 맞힌 것 같아 여간 짜릿한 게 아니다.



가끔 아가가 평소보다 일찍 배고파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있는 경우처럼 기존 패턴만으로는 정답을 찾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이때는 아가에게 더 오롯이 집중해서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여울이는 배고플 때 품에 안으면 가슴을 파고들고 서럽게 운다. 아가 새가 따로 없다. 이전 수유에서 트림을 덜 시켰다 싶으면 어김없이 낑낑거리다가 앓는 울음을 낸다. 기저귀가 잘못 채워져서 불편하면 다리를 버둥대는 것 같다. 졸릴 때는 눈 질끈 감고 표정으로만 징징 울어댄다. 이도 저도 아닐 때 나는 이것저것을 시도하며 아기 눈과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거나, 오늘 아가의 하루에 생겨난 변수를 생각해보는 수밖에 없다. 


얼마나 아가의 하루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따라서 그날의 내 육아 성적표는 정직하게 나와버린다. 그리고 육아라는 시험 점수를 잘 받는 날이면 그 어떤 중요한 시험 못지않게 벅차게 행복하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가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성적표이기도 하니까!


아가를 달랠 때 시계는 조금 느리게 돌려놓기


평소에 스스로 인내심이 많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육아에서 들이대는 잣대는 항상 그 이상이다. 매일 세 시간 간격으로 먹고 놀고 자는 하루를 바쁘게 반복하는데, 막상 먹이고 재우는 하나 하나의 일과시간은 매우 더디게 흐른다. 


이쯤이면 잠이 들었겠다 싶어서 내려놓으면 아가는 번쩍 눈을 뜨고 아가 재우기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우리 아가는 착한 아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가는 아가여서 등 센서가 있는 것이다! 아가를 무사히 재우고 자유를 얻느냐, 다시 인간 요람을 되풀이 하느냐는 얼마나 내가 그 '조금'의 시간을 기다리고 참아주느냐의 차이인 듯하다. 


젖병을 물리면 허겁지겁 먹는 것 같지만 고작 100ml 남짓 먹는 것도 한 세월이 걸린다. 겨우 다 먹이면 이제 트림시켜야 된다. 이십 분 넘게 트림을 시도하다 이젠 소화됐겠지 싶어 내려놓으면 어김없이 게워버린다. 깬 건 둘째치고 어떻게 먹인 맘마인데 뱉어내버리다니. 여러모로 아깝다. 이렇게 먹이고 재우고 하다 보면 어느새 다음 먹이고 재우는 시간이 다시 돌아온다. 아가를 달래는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데, 막상 뒤돌아보면 하루는 정신없이 금방 끝나 있다.


처음에는 매번 실패했지만 이제 나도 아가의 시계에 적응하는 건지 제법 성공률이 높다. 아가를 안고, 아가의 입장에 이입하여 아가처럼 멍 때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어른의 시간으로는 꽤 긴 인내의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어른들처럼 해야 할 일이 앞에 놓여있지 않은 아가는 그 무엇도 급할 게 없고, 그래서 잠드는 것도, 먹는 것도, 트림하는 것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저 방의 온도와 냄새와 빛의 감각을 하나하나 온전히 느끼면서 천천히 멍때리면서 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이다. 아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비교적 문제가 간단히 풀리는 듯하다.


우리 아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아직 백일의 기적까지는 찾아오지 않아서, 여전히 아가는 가끔 자지러지게 울며 우리 마음을 찢어지게 한다. 남편은 육아휴직으로 육아를 전담하게 된 내가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지, 자꾸 아가가 우는 이유를 나에게 물어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우리 아기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게 된 원더 윅스라서 혼란스러운가봐' 하고 얼버무려 버린다. 사실 나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으니 아가가 우는 이유는 이제 그만 물어봤으면 좋겠다.


대신 아가의 칭얼거림에 지칠 것 같을 때면 우리 아가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서울지 상기해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고 놀던 따뜻한 자궁에서 갑자기 불쑥 꺼내지더니, 갑자기 숨 쉬는 것도 먹는 것도 싸는 것도 알아서 하란다. 주변은 너무 밝고 춥고 시끄럽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분명치 않은 희미한 세상 속에서 느껴지는 건 따뜻하게 안아주는 손길뿐이다. 누구의 손길인지, 안전한 손길 인지도 미처 모르지만 그나마 의지할 건 그 품뿐이다. 그래서 그 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건데, 그걸 짜증 난다고 생각하면 아가는 너무 서러운 거다.


특히나 아가가 열 달이나 맡아 온 냄새와 소리를 가진 엄마는 그나마 유일하게 아가에게 익숙한 대상이다. 엄마는 임신한 그 순간부터 평생 아가를 더 책임감 있게 안아주고 달래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가와 눈을 맞추고 폭 안아주면서 내가 터득한 유일한 육아법인 '관심'과 '인내'로 아가를 달랜다. 주변 세상이 온통 무서운 아가가 의지할 건 내 품뿐이니까, 아가가 가진 생애 첫 믿음을 저버릴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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