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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준비기 2

D-41 : 어느 동네에서 살 수 있을 것인가

by 여울맘

0. 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집값으로 유명한 런던. 최근에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배 위에서도 산다는 소리를 들으며 각오는 했지만 막상 자세히 알아보니 정말로 비싸다. 특히 우리는 시내에 있는 널서리를 보내기로 했으니 어떻게든 평수를 줄여서라도 시내에 살 수밖에 없다. 최대한 월 2300파운드 미만으로 월세를 맞춰보려고 하는데 원베드마저도 쉽지가 않다. 하긴 내놓으라 하는 세계적인 문화 인프라가 모여 있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니 비싼 게 당연하지.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뷰 아파트에 학군까지 좋은 곳을 찾으려 하는 꼴이다.


1. 아기와 함께하기 위한 거주지의 조건


아기와 함께 갈 예정이니 최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치안. 이건 우선 Crystal Roof - Area Research Tool

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그 지역의 평점과 범죄율, 주민구성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추가로 구글맵을 통해 거리의 분위기를 살펴본다.


여유가 되면 그 지역에 자리한 식료품점 수준을 체크해 본다. 유기농 및 영국 내 식료품을 주로 취급하는 Waitrose는 주로 상류층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위치한다고 하고, 적어도 Sainsbury, Tesco급의 식료품 점이 있으면 평타는 친다는 계산이다. 대충 Waitrose, M&S Food, Whole Foods, Planet Organic > Sainsbury’s, Tesco, Morrisons, Co-op > Aldi, Lidl 정도 느낌이다.

waitrose map.png London zone 1-2 근처 Waitrose 지점들. 역시 서쪽 부촌 중심으로 몰려있다.


둘째는 아무래도 아기와 함께 하다 보니 공원과 가까우면 좋겠다. 하지만 리젠트 파크, 하이드 파크, 프림로즈 힐 등 유명하고 큰 공원 주변은 비싼 게 인지상정이다. 빠듯한 예산 제약 하에서 안전과 공원까지 모두 달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삼원 불가능의 정리 어쩌고가 여기서도 성립하네. 아무래도 두 번째 조건은 조금 포기하고 적당한 스퀘어 가든 정도로 타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날이 좋은 날이면 부지런히 빨간 버스를 타고 큰 공원으로 달려가야지.


셋째는 집의 분위기. 채광이 좋고, 나무 바닥이어야 하고, 기본 가전 가구는 어느 정도 세팅이 되어 있을 것.(다만 침대나 소파, 테이블 등은 취향이 아닌 경우도 많아서 아예 가구 없이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부리자면 대로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소음 피해가 적을 것.


빠듯한 예산 제약에도 불구하고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 있으면 과감히 뒤로 가기를 누르기로 했다. 부동산 앱을 검색하다 보면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인테리어의 집이 종종 등장해서 눈길을 끄는데 거진 Ground Floor(우리나라로 치면 1층) 또는 Lower Ground Floor(우리나라 지하 1층보다는 좀 낫다고 하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다)이다. 처음엔 살짝 솔깃했는데 런던이 쥐의 소굴이라 1층 밑으로부터는 쥐가 나올 수도 있다는 후기를 드고 바로 아웃시키기로 했다. 덕분에(?) 솔깃할 뻔했던 수많은 선택지를 손쉽게 삭제할 수 있었다.


2. 나는 어떤 지역을 보고 있는가


한인들에게 주로 추천받은 지역은 서남쪽의 Wimbledon, Richmond, New Molden 등등. 영국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고 학군도 좋아서 모든 것이 평타 이상인 곳이라고 한다. 특히 New Molden은 한인 커뮤니티의 중심. 그 외에 가성비 좋게 거주할 수 있는 곳으로 최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는 북동쪽 Stratford를 추천하는 분도 계셨다. 전반적으로 서쪽과 서남쪽이 안전하고 템즈강남쪽과 북쪽으로 갈수록 위험해지는 느낌. 하지만 우리 가족은 우리 아기를 시내 널서리에 보내기로 했으니 진작에 선택지가 좁혀져 버렸다. 또르륵. 일단 가장 보내고 싶은 널서리가 위치한 Clerkenwell 근처부터 찾아본다.


2-1) Clerkenwell


Clerkenwell은 2024년에 타임스가 선정한 런던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다. 중상층 이상 거주지인 듯하고 시내 접근성도 단연 좋다. Crystal roof에서는 범죄율이 중상이지만 시내지역은 모두 소매치기 등 때문에 종합 범죄율이 어차피 높게 나오더라. Anti social Behavior과 Drug 중심으로 보자면 뭐 런던 평균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 다만 그만큼 가격이 만만치는 않아서 예산에 맞춰가다 보면 조금씩 외곽으로 빠지게 된다..


2-2) Angel & Shoreditch


Clerkenwell에서 북동쪽으로 가면 Angel, 동쪽으로 가면 Shoreditch인데 이 지역들은 모두 예술가의 지역인 듯.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뱅크시 작품들도 있다고 한다. 힙함 그 자체. 런던에서 살다 온 지인도 Angel은 힙하면서도 고급진 느낌이라고 추천해 줬다. 살짝 보니 거리가 아기자기하게 너무 예쁘고 느낌 있는 펍(!)도 많아서 여행으로 가기엔 너무너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즐기기 좋다는 건 그만큼 아기한텐 안 좋다는 뜻이겠지. 아무래도 아기랑 살기엔 부적절할 듯해서 결국 포기. 특히 Angel 지역은 일단 집값도 비쌌음..


2-3) Old street & Barbican (★)


Clerkenwell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Old street이 나온다. IT와 스타트업 기업들이 밀집해 있고 Shoreditch와 연결되어서 힙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남쪽으로 더 내려오면 Barbican 지역. Old street 쪽으로 갈수록 좀 더 젊은 느낌, Barbican 쪽으로 갈수록 좀 더 고급진 느낌인 것 같고 Anti Social Behavior 같은 범죄율은 낮아서 매우 안전하게 느껴지는 지역이다. 작은 공원들도 꽤나 많아서 가격대 말고는 아무것도 아직 걸리는 게 없는 상황이다. 적정한 가격대의 매물이 나오기를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할 듯. 하지만 Old street에서 조금만 동북쪽으로 가면 바로 꽤나 스산해 보이는 동네들이 나오더라.


2-3) Fitzrovia & Blumbury(★)


Clerkenwell에서 서쪽으로 넘어가서 갈수록 전통적인 부촌과 가까워진다. Fitrovia, Marlyebone, Soho 이런 곳들. 위에서 언급한 Waitrose 지점들도 이쪽에 많음. 이쪽은 우리가 마음에 둔 2순위 널서리와 도보 통학권이라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왜 부촌이 되었는지 너무나 잘 알겠다. 하이드파크와 리젠트파크를 위아래로 끼고 있고 런던 시내 각종 미술관, 박물관들을 언제든지 룰루랄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공원과 접근성을 생각한다면 이만한 곳이 없어서 이곳도 역시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는데 우리 예산 내에서는 마땅한 매물이 잘 안 보인다.


2-4) Camden town


리젠트 공원 아래가 Fitrovia, Marlyebone이라면 우측이 Camden town. 위 두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리젠트파크를 끼고 있다는 게 엄청난 이점이다. 다만 우리가 보내려는 널서리와는 꽤나 거리가 있어서 자전거 20분 정도 생각하면 되는데, 과연 런던에서 자전거에 캐리어를 달아 아이를 등원시킨다는 게 가능한 것일까? 비도 수시로 내리고 길도 복잡할 텐데.. 가격대도 나쁘지 않아서 널서리만 아니라면 매우 탐이 나기도 한데, 여기도 공원과 킹스크로스 역 등등 관광지 근처라 그런지 역시 치안이 매우 좋은 것 같지는 않다.


2-5) 기타


지금 런던에 살고 있는 지인은 서쪽 Hammersmith, Chiswick 쪽을 추천해 주었다. 내가 꿈꾸던 평화롭고 고급진 영국 주거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인데 그놈의 널서리 때문에 아쉽게 탈락. 또 다른 런던에서 살다 온 지인은 대사관과 5성급 호텔들이 즐비하다는 Belgravia를 강추했고, 그 아래 Pimlico도 추천했다. 최근 동쪽에서 새로 정비되어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Canary Warf도 괜찮다고 함.


3. 이제 본격 런던 임대 경쟁에 뛰어든다


온갖 사설 기숙사에 모두 지원해 두었지만 모두 처참하게 떨어진 탓에 이제야 비로소 부동산 시장을 진심으로 기웃거리게 된다. 영국에서 집 구할 때 Rightmove, Zoopala를 많이 쓴다는데 일단 지금은 Rightmove를 통해 집을 보는 중이다.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면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연락을 하고 집을 직접 보는 Viewig 날짜를 잡으면 된단다. 나는 웬만하면 미리 한국에서 집을 구하고 갈 작정이라 최대한 사진과 구글뷰를 꼼꼼히 살펴보고 진심으로 가고 싶은 매물에 대해서는 런던 지인에게 대리 뷰잉을 부탁드릴 예정.


런던은 뷰잉 자체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애초에 연락 메시지를 보낼 때부터 내가 재정보증서를 가지고 있고 장학금도 받는다, LSE에도 보증 서 달라 할 수 있을 것이다(이건 사실 과장이지만)라고 구구절절 어필해서 보내는 중. 겁먹었던 것과 달리 아직까지는 대부분 회신이 잘 오는데 몇몇 곳은 3인 가족이 살기에는 너무나 작은 집이라고 거절하기도 한다. 나도 작은 거 몰라서 지원했겠냐고요.ㅠㅠ


하루 만에 뷰잉 요청을 스무 군데 정도 날리다 보니 당일 새벽부터 바로 내 한국 전화번호로 자꾸만 국제전화가 걸려온다. 그놈의 시차와 영어 울렁증 때문에 다 안 받고 있는데 얼른 뷰잉 연락이 온 곳을 중심으로 진짜 살펴볼 집을 몇 군데 골라서 다시 왓츠앱으로 연락을 넣어 보아야겠다.


아기새와 함께하고 있는 우리 가족이 과연 런던에 보금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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