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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준비기 3

D-20 : 2년간의 영국생활 짐 싸기

by 여울맘

0. 2년간 영국에서 생활할 짐을 싸느라 꼬박 열흘이 걸렸다. 영국으로 가져갈 짐만 싸는 것이라면 조금 더 간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기존에 살던 집을 세를 주고 가기로 했기 때문에 짐을 정리하는 것이 더 복잡하고 힘들었다. 생각보다 오래 짐을 정리하고 이제 친정과 시댁에서 더부살이 생활을 하며 겸사겸사 아기와 조부모님들과의 시간도 충분히 즐길 예정이다.


1. 일단 가져갈 짐의 크기부터 정하자


어떤 회사들은 유학 갈 때 컨테이너 이사를 지원해주기도 한다는데 나의 회사는 전혀 지원이 없다. 10여 년 전 교환학생을 마칠 당시에 해운으로 옷을 미리 부치는 비용으로 턱없이 말도 안 되는 비용을 지불했던 기억이 있어서 최대한 운송은 최소화하자는 대원칙을 세웠다. 영국으로 이고 가서 다시 지고 올 비용까지 생각하면 웬만하면 현지에서 저렴히 구매해서 쓰고 버리고 오는 것이 낫다는 결론.


항공편 탑승 시 위탁수화물을 하나씩 추가해서 위탁 수화물 2개, 기내 수화물 1개씩 총 3 가족이 짐 9개를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 아기는 오히려 짐이 되니 사실 성인 두명이서 짐 9개와 아기를 간수해야 하는 상황. 숙소에 도달하기까지 꽤나 힘겨운 여정이 될 것 같다. 우연히 위탁 수화물 무료 추가가 가능한 기회가 있어서 이번엔 조금 욕심을 부렸는데, 런던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 차량 업그레이드 비용을 생각하면 다음번엔 굳이 위탁수화물을 추가하면서까지 짐을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영국에서 조달이 어려울 아기 전집과 겨울옷, 난방텐트는 미리 배로 영국까지 부쳤다. 우체국 선편택배를 이용하면 최대 20kg 기준으로 75,000원이고 2~3달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항공을 이용하면 아주 빠르게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급한 짐은 모두 들고 갈 것이니 애초에 항공택배는 고려하지도 않았다. 국제소포의 경우 포장을 탄탄하게 다시 해 주고 관세문제까지 챙겨주고 미리 픽업과 보관까지 해주는 사설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20kg 상자당 가격이 최소한 4-5만 원씩은 추가되는 듯했다. 나는 시간과 체력이 남는 사람이니 직접 포장하고 우체국까지 가서 부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최소화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영국으로 부치는 소포박스가 이미 4개나 되어서 30만 원 상당을 지불했다.)


2. 짐 싸기의 우선순위 정하기


짐 싸는 규모는 대강 정해졌으니 이제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채워나간다. 대원칙은 현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영국에도 한국식품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해서 꼭 챙겨야 할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가장 먼저 아기 한글책은 요즘 수준에 맞는 창작책 1질을 챙기고, 가서 미련 없이 처분하고 올 수 있는 다소 시기가 지난 책 2질을 추가로 챙겼다. 자연관찰 책을 챙길까 말까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책은 무게가 많이 나가서 이건 현지에서 영어책으로 보충해 볼 계획이다. 그리고 아기가 요새 너무나 좋아하는 킥보드도 가장 먼저 챙겨주었다.


두 번째로 다소 잡다할 수 있는 생활용품들. 손톱깎이부터 시작해서 반짇고리, 멀티탭, 어댑터, 욕실용 슬리퍼, 빨랫줄, 여드름 패치 등등 막상 현지에서 구하려면 머리 아플 것 같은 아이템을 최대한 리스트업 해서 챙겼다. 부피도 무게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영국에서 찾아 헤맬 에너지를 생각하면 챙겨갈 만한 듯! 한국 스타일의 수저세트, 주방가위, 감자칼, 소형 고무장갑 등등 현지에서 막상 아쉽다고 하는 아이템들도 추가로 챙겼다.


세 번째로 외출복은 최대한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영국에서 입고 귀국할 때 버리고 와도 아깝지 않을 만한 오래된 아이템만 몇 개 챙겨 보았다. 대신 속옷은 한국만 한 것이 없다고 해서 아기 속옷은 물론이고 성인 속옷, 내의도 바리바리 챙긴다.


마지막으로 상비약과 한국 레토르트 음식들을 챙겨본다. 영국에서 은근히 구하기 어렵다는 다래끼약, 코인육수는 충분히 챙기고 그 밖에 블록국과 누룽지, 레토르트 반찬들을 챙긴다.


이렇게만 챙기고 나니 막상 자리가 꽤나 남아서 영국에서 구입하려고 했던 이불, 그릇, 주방용기도 한 세트씩 챙겼고 현지 도착하자마자 쓸 수 있도록 세제와 세면용품들도 조금씩 소분해서 챙겼다. 전기장판과 전기밥솥 등은 챙기라는 조언과 함께 영국은 전압이 달라 발열용품은 현지 것을 쓰는 게 낫다는 상반된 조언들이 공존해서 고민이 길었다. 결국 시댁에서 쓰던 작은 휴대용 밥솥만 하나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 조달하기로 했는데 과연 현지에서 아쉽게 될지는 가서 봐야 할 일이다. 영국사랑이나 행복한 영국맘 카페를 보면 귀국짐을 정리하는 한인들이 많으니 그런 곳을 기웃거리면 또 현지에서 득템이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동반 수화물 9개, 선편 화물 4개까지 총 13개의 세 가족 짐꾸러미가 완성되었다. 압축팩과 이사용 5호 박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그나마 부피를 많이 줄였는데도 여전히 미니멀리즘이라기엔 많다.


3. 그래도 걱정되는 현지 생활


엑셀까지 작성해 가며 바리바리 짐을 챙겨도 막상 도착하면 여전히 아쉬운 것이 많을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마지막에 기내 배낭에 들고 가야 할 각종 서류와 전자용품도 미리 챙기고, 현지에 도착해서 마트에서 구매해야 할 것들도 리스트업 해보았다. 아무리 미리 준비해도 여전히 첫 주는 정신없이 흘러가겠지. 특히 아기랑 같이 하는 외국생활은 처음이라 더욱 걱정된다. 그래도 도착하자마자 어디부터 보러 갈지 틈틈이 런던 여행 후기를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설렘이 걱정을 덮어 버린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우당탕탕 하겠지만, 몸만 건강하다면 큰 걱정 있겠나! 남은 20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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