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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나 Jun 21. 2024

고양이가 아기를 해코지 안 하나요?

마르, 셀로와 후 : 셋의 관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고양이가 아기 헤치지 않아요?‘이다.

이게 내 대답이며, 아마 대체로 고양이들이 다 비슷할 것이다.

’근처도 안 와요..‘

실제로 마르는 18개월이 되도록 후 근처 온 적이 손에 꼽는다. 잠들었을 때나 살금살금 곁에 와 냄새를 맡고 갈 뿐 의식이 있는 아기는 피하기 바쁘다. 셀로도 비슷하나 엄마 곁에 있고 싶어 후를 경계하지만 엄마가 아기랑 붙어있기에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온다.


처음 조리원에서 집으로 왔을 때가 생각난다. 아기는 오는 길에 잠들어 요람 위에 눕혀두고 점심을 먼저 먹으려는데 식탁 위로 두 마리가 쪼르르 앉아서 요람 안을 빼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세상 예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양이들은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기만 할 뿐 해코지한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다.


요즘 셀로가 많이 봐주는지 한 번씩 후의 손에 잡히곤 하는데 쩔쩔매면서도 해하지 못하고 버둥거린다. 살짝 물 수도 있을 텐데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육아육묘를 하며 오히려 스트레스받아 병치레를 했던 건 냥이들 쪽이었다.


일각에선 고양이들이 아기는 어리고 연약한 걸 알아서 봐준다고 한다. 고양이들은 공동육아를 하는 동물이라 같이 봐준다고도 하던데, 실제로 지내다 보니 간간이 보이는 그런 영상들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고 유명해진 것이라 깨달았다.


후는 마르와 셀로를 너무 좋아한다. 그 덕인지 산책 나가면 나가는 강아지들, 날아다니는 새들, 길에서 보이는 고양이 등등 모든 생명체들을 좋아했다. 강아지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멈머!’ 하며 짧은 발음을 외치며 쫓아다니기 바쁘다. 약한 동물을 향한 흉흉한 사건도 많은데 이토록 다른 생명들을 좋아해 주어 예쁘기 그지없다. 한 가지 더 소망을 담자면 앞으로도 소중히 대하며 커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셋, 커가는 동안 서로를 한집에 사는 가족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당연하게 옆에서 함께 사는 존재로.

후의 할머니가 냥이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걸 보고 이런 말을 했다.

’후는 다른 집 가서 고양이 안 키우는 거 알면 놀라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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