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 둔지 3주 정도 지났고 매일매일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평생 회사원으로만 살았기에 회사를 그만두면 큰일이 날 줄 알았다. 내가 누리던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몇 년을 버텼다.
그런데 퇴사를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퇴사일이 연마감으로 가장 바쁜 시기라서 다들 나의 퇴사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었고 덕분에 니는 조용히 25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했다.
한 회사에서 근속 20년을 채우고 직장생활 25년을 채웠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는데 왜 그리 목을 매고 20주년까지 버텼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일상은 만족스럽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또 힘든 하루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억지로 몸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지만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로 눈을 뜨게 되었다. 좋아하는 차를 내려 마시면서 여유 있게 새벽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새벽 시간에조차 일분일초를 나눠 쓰느라 조급했었는데 더 이상 종종거리지 않게 되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휴가 중에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였다. 복귀하면 닥칠 회사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회사 고민을 껴안고 지냈다. 은퇴한 후에는 쉴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게 되었다.
매년 world's best workplaces로 선정되는 회사, 화려한 사무실,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내려놓고 보니 내게 그리 큰 의미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두고 나니 내가 왜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작에 내려놓을 걸"이란 생각도 든다.
2022년 한 해에는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해 살아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회사 생활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일 수 있다. 모두 나름대로의 삶의 기준이 있고 스트레스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무조건 견뎌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20주년을 채우려 하지 말고 조금 더 일찍 은퇴했더라면 덜 다치고 덜 상처받은 채로 은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새해맞이 이벤트로 거실에 캔버스를 하나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빈 캔버스를 걸어놓고 나의 작품으로 조금씩 채워 나가 볼 생각이다.
저 캔버스에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너무나 기대된다.
새해가 밝은 것이 이렇게 설레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연말이 즐거웠던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