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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Jan 20. 2022

빨리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원래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싫어하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힘들게 느꺄진다.

은퇴를 했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더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계절을 더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닐 때는 연말연초에 정신없이 바빴다. 그래서 추위를 느끼기는커녕 설 연휴와 1월에 있는 나의 생일조차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나는 설 연휴가 정말 싫었다. 연초에 회사가 바쁠 때라 스트레스가 최고치인데 쉬지도 못하고 큰 며느리 역할을 해야 하니 1월 내내 명절 증후군에 시달렸다. 게다가 어떤 해에는 설 연휴 중간에 딱 끼어있는 내 생일이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어쩌다가 명절과 내 생일이 겹쳐서 생일날 전을 부치고 있노라면 내 인생이 한없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힘들고 지쳐서 쉬고만 싶은데 생일 선물을 고르라는 가족들의 관심조차 부담스러웠다.


올해 겨울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 재해가 터지고 두 번째 맞는 겨울이다. 작년 겨울도 올해처럼 추웠던가. 눈이 많이 왔던 기억은 난다. 아버님이 응급실에 가실 때마다 쌓인 눈 때문에 빨리 달려갈 수 없음을 걱정하던 남편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뉴스를 틀어도 즐거운 소식도 없고 코로나로 인한 답답한 삶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 겨울이 유독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갑작스러운 은퇴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만두고 나니 아쉬운 들도 많이 보인다. 이상하게도 내겐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것들이 그립고 아쉽다.

회사 캔틴의 커피 머쉰,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던 사무실의 통유리창,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던 허먼 밀러 의자...

그래도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니 퇴사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그저 이 겨울이 빨리 끝나서 마음껏 동네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빨리 봄이 와서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이렇게 추운데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시릴까 싶다.

지인의 동생도 코로나로 인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몇 년 동안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했다고 했다.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칠순의 노모까지 가게에 나가서 일을 도우셨는데 2년 동안 고전 분투하던 과정을 다 아는지라 마음이 아팠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이 조금만 더 평화롭고 조금만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

2월에는 조금만 덜 춥고 조금만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다 보니 정확한 데이터가 궁금해서 기상청에서 평균 기온을 찾아보았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기 위해 2020/12/01 ~ 2021/01/14까지 45일의 기온과 2021/12/01 ~ 2022/01/14까지 45일의 기온을 비교했는데 데이터를 보니 작년 겨울이 더 추웠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그냥 내 마음이 추운 것으로 결론지어야겠다.

작년 겨울 기온 데이터(2020/12/01~2021/01/14)                            올해 겨울 기온 데이터(2021/12/01 ~ 2022/01/14)

출처 :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 포털

https://data.kma.go.kr/stcs/grnd/grndTaList.do?pgmN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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