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페지오 May 06. 2023

이상한 이웃들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이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탓인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웃들의 상식밖의 행동이 나를 슬프게 한다.


우리 앞집은 강아지를 키운다. 그리고 우리 집 앞 현관에는 항상 강아지 털 뭉치가 날아다닌다. 처음 현관 앞에 굴러다니는 강아지 털뭉치를 발견했을 때는 우연히 빠진 털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강아지 털 뭉치는 다음 날에도 또 있고 그다음 날에도 또 발견되었다. 왜 매일 우리 집 앞 현관에만 강아지 털이 뭉텅이로 빠져있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하던 어느 날, 문 앞에서 강아지 빗질을 하고 있는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매일 강아지 산책을 시킨 후 공동현관에서 빗질을 한 후 집으로 홀연히 들어갔던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을 보고 당황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그녀는 상냥하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라고.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본 후에도 내가 안녕한지 알 수가 없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우리 윗집은 운동기구를 계단 사이있는 공용 공간에 내어 놓았다. 처음에는 버리기 전에 잠깐 내어 놓은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운동기구를 치우지 않으니 관리 사무소에서 공용 공간에 짐을 보관하지 말하는 쪽지를 붙이고 갔다. 슬프게도 그 후로도 몇 달 동안 운동기구는 쪽지와 함께 공용 공간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복도에서 운동 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이웃을 목격했다. 그들은 공용공간을 자신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헬스장으로 용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 아랫집은 지금 인테리어 수리를 하고 있다. 몇 주전 인테리어 수리를 시작하면서 우리 집 화장실에서 물이 새서 자신의 집 벽지가 젖은 적이 있으니 보상을 해달라고 찾아왔다. 화장실 물이 새서 공사한 적은 있지만 아래 집에도 피해가 갔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당시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하셨다. 우리 집 화장실에 문제가 있어서 공사한 것은 12년 전 일이다. 아랫집은 12년 전에 물이 새서 벽지가 젖었던 피해를 지금 보상해 달라고 온 것이다.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일단 아랫집을 돌려보낸 후 주변에 자문을 구했다. 다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쯤 되니 내가 이상한 건지 이웃이 이상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주변에 온통 이상한 들만 가득해서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앨리스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표지 이미지는 AI 기능을 이용한 이미지 생성 툴에서 작성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