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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Mar 17. 2023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다시 클래식 기타를 다시 치고 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기타 연습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치고 싶은 곡은 내 실력에 비해 꽤 어려운 곡이다. 운지도 어렵고 속도도 빠른 곡이라 틀리지 않고 한 마디를 치는 것조차 어려워서 몇 년 동안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은퇴를 한 후 큰 마음을 먹고 도전해서 한 페이지 분량의 운지를 겨우 익혔는데 문제는 속도이다. 빠르게 쳐야 하는데 운지가 어려우니 틀리지 않고 치는 것이 힘들었다. 한 달 넘게 연습을 해도 진전이 없으니 조바심이 나기 시작해빠른 속도로만 연습을 했더니 이제는 박자까지 어긋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끙끙대다가 결국 카르카시 교본을 펼쳤다.(카르카시 교본은 피아노의 하농 같은 클래식 기타 교본이다.) 기본기부터 쌓고 나서 어려운 곡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카르카시 교본을 펴고 연습곡 1번부터 차근차근 연습을 시작했다. 1번을 틀리지 않고 치면 2번으로 넘어가고 2번을 완성하면 3번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매일 꾸준히 연습을 했다. 몇 주 동안 카르카시 교본을 연습한 후 다시 목표곡을 쳐보았더니 훨씬 나아진 것이 느껴졌다. 역시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한 달 정도 연습곡과 목표곡을 병행해서 쳤더니 실력이 조금 늘은 것 같아서 목표곡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욕심을 내서 다시 무리하게 속도를 올렸더니  박자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겨우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게 되었는데 큰일 났다 싶어서 다시 속도를 낮췄다. 계속되는 지루한 연습에 가끔씩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고된 시간을 지나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차곡차곡 쌓인 노력의 시간이 지난 후 어느 순간부터 속도를 올려도 박자가 미끄러지지 않았다.


이렇게 한 곡과 씨름하면서 인생에 대해 배운다.


인생에서도 너무 조급해하면 이 난다. 실력이 안되는데 급하게 뛰기부터 하 미끄러지거나 넘어져서 지금까지 해 온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게 된다. 그러니 너무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야 .

기본기를 갖추기 위한 과정은 매우 지루하고 힘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실력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서는 카르카시 연습곡처럼, 하농처럼 반복된 동작과 선율을 연습하는 지루하고 고된 시간을 거쳐야만 한다. 똑같은 선율을 수백 번쯤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한 단계 올라선 내 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에서도 끝날 것 같지 않던 노력의 시간이 쌓인 후에 한 단계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나는 이러한 인생의 법칙을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우면서 깨우쳤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체험했다. 끝없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 절대 칠 수 없을 것 같던 어려운 곡이 내 것이 되는 순간에 느꼈던 기쁨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고된 인고의 시간들이 쌓여서 언젠가 내게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을 끝없이 체험하고 경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이 공부를 할 때도 인생을 살아나갈 때도 모두 밑거름이 되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시련도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한 뼘 성장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이러한 삶의 교훈을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초등학생도 예체능을 배울 시간이 없다고 다.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뱅뱅 돌며 친구도 학원에서 사귀어야 한다는 요즘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이런 삶의 교훈을 배워야 하는 걸까.


어렸을 때 음악이나 미술, 체육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단지 취미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음악, 미술, 체육 교육을 통해 우리가 얻는 교훈은 삶에 대한 태도이다.

문득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예체능 교육이 등한시되는 풍조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악기를 하나 배웠으면 좋겠다. 아니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시간과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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