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내내 아파서 누워있었다. 남편에게 감기가 옮았는데 독감이었는지 열도 많이 나고 몸살 기운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오십이 넘은 후부터 감기만 걸려도 며칠 앓아눕는 것을 알면서 감기에 걸리고도 내게 말을 안 해준, 그리고 옮기기까지 한 남편에게 부아가 났다. 건강체질인 남편은 별 증상 없이 넘어가지만 나는 매번 남편에게 감기가 옮아서 며칠씩 앓아눕곤 한다. 이번에도 또 그랬다. 그런데 하필 연휴에 감기에 걸린 것이다. 연휴라 병원도 문을 닫아서 약국에서 사 온 약으로 끙끙 앓으며 3일을 버텼다. 3일 내내 고열에 시달리고 나니 겨우 열이 내리기 시작했고 4일째가 되니 좀 살만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뭔가 억울했다. 사실 일주일 전이 내 생일이었는데 남편이 감기에 걸려서 그냥 넘어갔다. 평소에 생일을 크게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끼리 케이크 하나는 사서 같이 먹곤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안 하니 조금 서운했다. 그리고는 바로 감기에 옮아서 끙끙 앓으면서 연휴를 다 보내버렸으니 짜증이 나고 속이 상했다. 엄마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식구들이 아프면 나는 죽도 끓여주고 간호를 해주는데 정작 내가 내가 아프면 가족들이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파서 누워있는 내내 병원에 가보라는 둥, 가습기를 틀라는 둥 잔소리만 해대는 남편과 아들을 보면서 나의 노후를 걱정했다. 지금도 저렇게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나중에 정말 늙고 병들면 어떻게 할지 심난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아직 외출할 정도로 회복한 것은 아니라서 남편에게 반찬가게에서 모둠 반찬을 사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이 사 온 모둠 반찬으로 예쁘게 한 상을 차려서 나를 위한 사치를 부려보았다. 며칠 만에 제대로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프면 챙겨줄 사람도 없으니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몸이 약해서 감기만 걸려도 이렇게 며칠씩 앓아누우니 큰일이다. 그래도 이젠 감기에 걸리면 남편에게 모둠 반찬을 사다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이렇게 반찬이라도 여러 가지 차려 놓고 먹었더니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감기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챙겨줄 사람이 없으면 남의 손이라도 빌려야겠다. 엄마 손 맛 반찬가게가 동네에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