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장례식

by 아르페지오

작년 가을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힘겹게 투병하시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오전에 병원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가던 중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손 쓸 사이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은 음력 12월 20일이었고 시할머님의 기일과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어머님께서는 고생하는 아들이 불쌍해서 할머님께서 데려가신 것 같다고 하셨다.


코로나 상황에 부고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 조문객이 많지 않을 텐데 장례식장은 몇 평짜리를 해야 하는지, 장례식장에서 식사는 제공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우왕좌왕하다가 저녁 늦게서야 겨우 빈소를 차렸다.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입관식에서 아버님 얼굴을 뵈니 울음이 터져버렸다. 남편이 울기 시작하니 같이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멈추지를 않았다.


아버님은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다. 원래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하지만 우리 아버님은 정말 다정하신 분이셨다.

외식을 할 때 맛있는 것이 있으면 아들보다 며느리를 먼저 챙기시며 수저에 얹어 주셨다. 생일이면 용돈을 챙겨주셨고 음식을 준비하거나 과일을 깎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을 때면 얼른 이리 와서 먹으라고 손짓을 하시곤 했다.


무뚝뚝하셨던 우리 아버지와 달리 다정하신 시아버님이 정말 좋았다. 결혼 초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님이 빈소에 오셔서 내 손을 꼭 잡으시며 힘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친정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이십오 년 내내 아버님을 친아버지라 생각하고 모셨다


그렇게 내게 큰 기둥이 되어 주시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큰 아들 내외는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둘째 아들인 남편이 모든 장례 절차를 처리해야 했고 나도 맏며느리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 회고하고 슬퍼할 시간도 부족한데 장례식장에서 처리해야 할 것들이 뭐 그리 많은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도 모르게 3일이 지났고 아버님을 납골당에 모시고 돌아왔지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휴직을 하고 집에서 아버님 간병을 했더라면 외롭게 병원에서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 한번 더 안부 전화를 드릴 걸, 얼마 전에 제대한 손자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셨는데 무리해서라도 면회를 갈걸......


모든 것이 안타깝고 속상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몇 년 동안 병환으로 고생하셨으니 이제 좋은 곳에서 고통 없이 편안해지셨을 거라 위안한다. 하늘나라에서 시할아버님, 시할머님을 만나셔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보다 더 크고 넓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시며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장례식을 치르고 형을 대신해 상속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한 후 남편이 몸살로 앓아누웠다. 내색은 안 하지만 많이 힘들었나 보다. 좋은 재료를 넣고 시원하게 육수를 내서 콩나물 국을 끓이고 수육을 만들어서 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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