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잘 사지 않아서 오랫동안 입은 옷들이 많다. 언제부터 입었던 옷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끔씩 사진을 보다가 흠뻑 놀라기도 한다. 십 년 전에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던 내 모습을 보고 참 오래도 입었구나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와 함께 했던 옷 중에서 유난히 좋아했던 티셔츠가 있다. 십오 년 전쯤 산 옷인데 옷감이 얇고 시원한데 촉감도 좋아서 여름에 즐겨 입었다.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하다 보니 옷감이 닳고 닳아서 구멍이 난 것을 모르고 있었나 보다. 6월의 어느 날, 날씨가 더워져서 좋아하는 티셔츠를 입으려고 꺼내다 옷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작년 여름에 이미 구멍이 났는데 모르고 입었던 것일까? 아니면 작년에 입고 세탁을 하면서 이제 더 이상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구멍이 난 것일까? 이제 그만 입고 버려야 하는데 오랜 세월 함께 한 옷이라 바로 버리지 못하고 며칠 지니고 있었다.
그래도 구멍이 난 옷을 입을 수는 없으니 좋아했던 티셔츠를 버리면서 우리의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요즘 세상에는 싸고 좋은 옷들이 많아서 옷에 구멍이 날 때까지 입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도 가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에서 옷을 사서 입기도 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수많은 옷이 있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찾기는 힘들다. 처음에 입었을 때 마음이 들었지만 몇 번 세탁을 하면 후줄근해져서 몇 년 입지도 못하고 버리는 옷도 많고 큰 마음을 먹고 산 좋은 옷도 몇 번 입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세상의 수많은 옷들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들고 오랫동안 세탁을 해도 변치 않으면서 내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옷이 오늘 수명을 다하였다.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해 준 티셔츠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별을 했다. 새 옷을 하나 사려다가 서랍을 뒤져서 오래된 목걸이를 꺼내서 정성스럽게 세척을 한 후에 목에 걸어 보았다.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목걸이라서 오랜만에 해보았더니 새것을 산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쓸데없는 소비를 하려고 할 때마다 서럽을 한 번씩 열어 본다. 나의 소중한 물건 중에 내가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오늘도 티셔츠를 하나 사려다가 목걸이로 내 마음을 달래 주었다. 이십 대에 산 목걸이인데 한동안 잊고 있었다. 나는 이제 은퇴를 했으니 옷이나 물건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티셔츠 하나가 수명을 다했다고 대체할 옷을 찾고 있었던 것은 내 마음이 허전해서 소비로 달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재발견해서 다시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티셔츠를 사려던 물욕을 가지고 있던 목걸이로 대신하면서 쓸데없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세상을 깨끗하게 보존하는데 기여했다고 나 자신을 칭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