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은 꽃이 참 좋다.
예전에는 꽃을 사서 집에 꽂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꽃도 생명인데 살아있는 생명의 줄기를 잘라서 병에 꽂아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예쁜 꽃을 보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보면 되지 왜 굳이 꽃을 사서 집에 꽃아 두는 건지 의아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집에만 갇혀 있어 힘겹던 어느 날, 우연히 꽃 구독 서비스를 체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2주에 한 번씩 꽃이 집으로 배송되기 시작했고 새벽에 배송된 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새로운 꽃이 오면 어울리는 꽃병을 사고 꽃을 손질하기 위한 가위, 보존제 등을 사면서 소소한 기쁨을 느꼈다. 만원의 행복이란 게 이런 것임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새벽에 꽃들을 매만져주면서 행복을 느꼈다. 매일 아침 화병의 물을 갈아주고 싱싱한 꽃이 오래가도록 줄기를 조금씩 잘라주고 시든 잎들을 정리해 주는 일과가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리츄얼(ritual)이 되었다.
꽃에 빠져서 구독 서비스를 몇 개월 이용하다가 요즘은 꽃집에 가서 좋아하는 꽃을 사서 집안 곳곳에 꽂아두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어떤 꽃이 오래가고 어떤 꽃은 향기가 좋고 어떤 꽃이 우리 집에 잘 어울리는지를 배웠고 이제 꽃에 대한 취향이 생겼으니 취향대로 꽃을 구매해서 집안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고 있다.
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잘 관리만 해주면 2주, 길게는 3주 동안 집안 전체를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에 만원 혹은 이만 원 정도로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인테리어 아이템이기도 하다.
꽃을 좋아하게 된 후 계절마다 어떤 꽃이 피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길을 가다 혹은 카페에서 새로운 꽃을 보게 되면 무슨 꽃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다음 앱의 검색창에서 오른쪽 꽃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휴대폰 카메라로 꽃을 인식해서 꽃 이름을 검색할 수 있는데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이제 살랑살랑 봄이 오니 이번 주에는 무슨 꽃을 사다 꽂아놓을까 행복한 고민 중이다.
[나만의 꽃꽂이 팁] 간혹 어떤 꽃은 줄기가 짧아서 마음에 드는 꽃병에 꽂았을 때 꽃이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구슬을 이용해서 높이를 맞춰준다. 아들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구슬치기용 구슬이 있는데 이것을 꽃병에 넣어서 원하는 높이까지 깔아주면 꽃대가 짧은 꽃도 긴 꽃병에 멋지게 꽂을 수 있다. 아래 사진처럼 유리 꽃병에 구슬을 넣고 꽃을 꽂아주면 유리병에 줄기가 비치는 것도 가릴 수 있고 미관상으로도 훨씬 더 예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회색 꽃병은 30 센티 정도의 꽤 긴 모양이라서 꽃을 꽂으면 줄기는 보이지 않고 꽃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서 예쁘지 않았다. 이런저런 것들(스티로폼, 작은 유리컵 등등)을 꽃병 밑에 넣어 보았는데 물을 넣으면 떠오르는 것들은 높이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꽃병 안에 구슬을 넣어서 높이를 맞춰준 후 오늘 하루도 기분 좋게 시작한다.
꽃병에 구슬을 넣어서 줄기가 짧은 꽃의 높이를 맞춰 준 예 (메인 꽃을 정리하고 남은 꽃들이라 줄기가 5센티 정도밖에 안 되어서 구슬을 넣고 꽃병에 꽂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