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

by 아르페지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나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유독 예민했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했다. 될 수 있으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자신이 한 일을 떠벌리지 않았다. 굳이 인정을 받으려 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만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내 일이 아니라고 서로 미루고 내가 더 잘했다고 꽥꽥거리고 잘못을 남에게 떠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이상한 사람이라고 수군거렸다. 그들은 똑같은 무리가 되라고 나를 꼬드겼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 수 없었다. 남을 짓밟고 내 일을 떠밀고 그래도 잘했다고 꽥꽥거리면 마음이 불편했다.


나 홀로 곧이곧대로 살았더니 동료들은 나를 따돌리고 무리에 끼워주지 않았다. 나는 조직에 소속되지 못하고 혼자만의 직장생활을 이어 나갔다. 언젠가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힘든 시간을 견뎠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이곳에는 일은 하지 않고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만 가득했고 모두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 바빴다. 화도 내지 않고 억울하다고 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일이 자꾸만 내게 넘어왔다. 언쟁을 하기 싫어서 몇 번 해주었더니 다른 동료들까지 자신의 업무를 내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급하다고 난리를 쳐서 몇 번 업무를 대신해 준 것뿐인데 어느새 동료의 업무를 내가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남의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니 365일 야근이 계속되었고 결국 건강이 나빠졌다. 너무 힘들어서 업무 조정을 요청했더니 상사는 될 수 있으면 동료를 도와주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 내가 동료의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의 일을 대신해줘야 하는 것인지, 더 이상 남의 업무를 못하겠다는 것이 왜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이 월급을 받으면서 동료는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의 일까지 대신해야 했다. 업무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니 나는 점점 화를 잘 내고 성질을 부리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무리들은 내 뒤에서 험담을 했다. 나는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던 것뿐인데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사부를 찾아갔지만 대답은 같았다. 될 수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 상사도 인사부도 나의 희생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회사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결정하고 탈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사와 인사부에 그동안의 고충을 말하고 사표를 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줄 거라고, 누군가가 위로를 건네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사표를 낸 후 내가 미운 오리새끼였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무리 중 그 누구도 나의 퇴사에 관심이 없었다.


회사 밖에 나와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에 지치고 사내 정치에 신물이 나서 어쩔 수 없이 퇴사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회사 내에서 나는 남들과 다른 이상한 존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 늦게 않게 은퇴를 해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더 버텼더라면 나는 몸과 마음이 병들어서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이상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는 서로 달랐던 것뿐이었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살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