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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텃밭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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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pr 12. 2023

도시농업_텃밭농장_개장식

'가장 정치가 멀다고 생각한 공간에 가장 정치가 가까이 있었다'

앞에 도시 다랑이 논



헐~ 나는 상추 모종 나누어 주는 날이라서 상추만 나누어 주면 되는 알았다. 텃밭 개장식이 시작되었고 시흥 시장님도 오시고 정당 정치인들도 오시고 그러니까 귀빈들께서 참석하셨다. TV나 집회에서 보던 풍경을 직접 보니 나는 이색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장들과 정치인을 직접 보는 것은 선거 때뿐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찾아다녀 본 적도 없고. 그러니까 멀고도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일지라도 그것은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민 단체가 시민만 모여하는 일들이 아니고 정치적인 행위 그 자체와 연관되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통은 시민 단체가 정치와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 보여진 형태만 보기에 그럴 것이다. 공공적인 형태는 모두 다 정치적이고, 보편화되는 형태를 만들어 가는 중에 있는 것들이다.


이렇듯 일상에서 정치가 함께하고 있는 것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으니 정치인과 단체장들에 대해 생각이 머물렀다.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관심을 표하는 것이 겉으로의 일이고, 속의 일은 미리 진행될 것들에 대한 협상과 결재와 협력일 것이다.


동네에서 텃밭 놀이를 즐기는 나에게 이 순간은 문득 사람이 산다는 것은, 가장 나이브한 상태가 어쩌면 가장 첨예한 상태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공공 텃밭 농장은 정치와 가장 가까운 공간이었다. 일상에서 보편적 삶을 실천하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 순간을 또 기록하게 된다.


한 해 농사 풍년을 기원하는 풍물놀이.풍물놀이 꼬리에는 소고춤이 따라 붙어야 제맛이라고 여기는데, 유년 때  아이들과 마을 농악놀이하면 소고 들고 뒤에서 춤추던 기억 난다.



자원봉사하는 분들과 함께 텃밭농장에서 각자의 텃밭을 일 년 동안 함께 가꾸어 가실 분들께 상추를 스무 모종씩 나누어 드렸다. 이것도 일이어서 '정리정돈'이 되어야 하고 질서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역할을 자원봉사자분들이 하고 있는 것이고, 그곳에서 서로 더 아름다운 관계를 엮어 나가는 시간들을 채우는 것이다.


월곶 텃밭 농장에서 '도시농업 축제'를 올해 한다고 하였다. 전정수 텃밭 대장님은 이 행사를 유치하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하셨다. 그렇구나...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그냥 되는 것은 없구나! 사람들은 텃밭 신청해서 당첨되면 하고, 안 되면 안 하고이지만, 이 공간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일 년 안에서 진행될 행사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할 뿐만 아니라, 긴 시간을 보고 장기 플랜을 가지고 움직이고 운영하는 것이다.


얼떨결에 작년에 텃밭 가꾸기를 해 보고, 이어서 올해는 '시범 텃밭'을 하게 되는데, 나는 문득문득 이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구나! 싶어 진다. 공간과 사람 그리고 시간에 관한 이야기, 계속 진행되는 계획들에 관하여 그러한 것들이 결국 삶 그 자체로구나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구나 싶었다. 나는 텃밭 놀이를 통하여 공간 운영과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보고 있는 중이로구나! 싶었다.


두 꼬맹이가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다. 이미 마스코트다, 다들 꼬맹이 폰 사진 찍으며 웃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꼬맹이는 자기보다 큰 인형을 들고 다니다 무거워서 테이블에 놓았다. '무거우니까 버렷' 이런 표정이었다.


귀여운 꼬맹이들


잔디밭 위에서는 마켓이 열렸다. 공예품들과 먹거리 이 펼쳐졌다. 막걸리와 파전도 있었다. 박농민과 나는 상추를 심다 말고 막걸리와 파전을 오두막에 앉아서 먹었다.  그리고 한 곳에서 모자와 예쁜 반지를 샀다. 흡족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텃밭에서 지내고 나니 온몸이 천근이었다.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저녁을 시켜 먹기로 하였다. 옆집 텃밭 샘과 부군님도 힘들어서 저녁을 먹고 들어 가신다고 했다. 박농민과 나는 집에 와서 족발을 냠냠 먹었다. 물론 캔맥도 옆에 놓고서.




*이것은 퍼머컬처입니다/ 텃밭사유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텃밭일지를 기록하려 합니다.


*텃밭농장_시작하는_날/ 이제 만물이 활짝 만개하는 계절입니다.


*지난_8일 토요일_이야기/ 지난  며칠 동안 텃밭 정비하고 가꾸느라 시간이 없었고 몸도 피곤했습니다. 브런치를 이제 시작하다 보니 매체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되도록 꾸준하게 글을 올리려 합니다. 간혹 띄엄띄엄 올릴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시간이 정말 안 나서 일 겁니다. 그리고 때로는 글을 좀 쉬고 싶을 때도 있지요. 아마도 그럴 때는 생각중일 거라고... 생각을 해야 할 때가 있거든요. 그냥... 이렇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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