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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Apr 13. 2023

이것은 퍼머컬쳐입니다

텃밭농장에서의 '시범텃밭'과 '두둑 형태 잡기'

시범텃밭

사월이 되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순간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언제 이리 피었을까를 되뇐다. 피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그 사이에는 어떤 뱃고동 소리가 있다. 길게 경적을 울리며 내 안에서 다시금 새기며 꿈틀 하는 것들이 있다. 아마도 그것이 '시간"인가 보다. 사월이라는 시간이 다시 왔다.


나는 올해에는 텃밭농장에서 '시범 텃밭'을 분양받았다. 시범 텃밭이라는 팻말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문구를 생각해서 실행하기까지는 지난 시간이 집약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고 텃밭 농장 운영의 경험을 압축해 버릴 수 있는 팻말 명칭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표현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현실화되어 나타났다.


작년에 이웃하던 분과는 널찍하게 텃밭 거리가 멀어졌고, 작년에 건너편에 있던 분과는 이웃 텃밭이 되었다. 이번에 분양받은 텃밭은 작년 보다 크기는 작았고 모양은 직사각형이다. 대신 수돗가는 더 가까워졌고 정자도 바로 옆에 있다.


텃밭 두둑 형테를 잡다


직사각형 텃밭은 어떻게 해아 좀 더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할 수 있을까? 살피다가, T 자형으로 두둑 사잇길을 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 두둑은 처음부터 내 관심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미나리꽝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봄날, 아직 채소들이 점령하기에는 이른 텃밭의 흙들을 선연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은 바로 4월 달이니까 말이다.


봄비가 오고 나면 흙에 찰기가 많아서 두둑 형태 잡기가 좋다. 초겨울 두둑은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마르고 딱딱한 상태의 윤곽만이 부각된다. 그 형태에서 오래된 폐사지나 집 터의 느낌을 받는다면, 봄 두둑의 윤곽선은 생동감을 준다. 흙이 손으로 만지기 좋은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봄은 흙장난하기 알맞은 시간인 것이다.


흙의 빛깔도 봄과 여름과 가을은 달랐다. 장마가 오기 전까지의 토양은 살집이 있는 흙이다. 장마가 오고 나면 진이 빠진 듯한 흙은 메마르고 색이 짙어진다. 흙에 찰기도 많이 없고, 두둑도 굳을 대로 굳혀진 상태다. 식물도 그때는 이미 가을 채비를 한다.


출입구돌길을 만들다

올 한 해도 사계절과 함께 살아 보게 되었다. 텃밭에서 퇴비를 뿌리고 땅을 판다(박농민이). 나는 사잇길을 내고 두둑 담을 쌓는다. 토요일에는 캐리어에 바로 돌을 날랐으나, 일요일에는 캐리어에 작은 박스를 놓고 돌을 날랐다(박농민이). 그와 나의 이틀 간의 협동 작업은 순조로웠다. 그는 "너 시범 텃밭이라서 부담되겠다 ㅎㅎ" 이런다. 나는 "전혀 부담되지 않아! 나는 그냥 먼저 해보는 게 맞는 체질인 거 같어. 작년 1년 해봐서 그런지 하나도 부담 안돼! ㅎㅎ" 이러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해 텃밭은 꽃밭모양 채소텃밭이 될 예정이다. 텃밭은 그 자체로 미시적인 세계를 보는 감각의 시간이다. 하나하나 더 시간 들여 세밀하게 보고 만지는 시간을 열어 준다. 작은 텃밭에서 오히려 시간을 더 보내게 되는 이유이다.


*4월 초순의 거의 진흙에 가까웠다. 봄비가 내린 후였다. 이 글은 4월 3일에 썼다.  퇴비 뿌리고 땅을 파고 표면을 고른 후 일주일간 묵힌다. 퇴비가 땅에 잘 스며들도록. 그리고 두둑 형태도 잡았다.


#바다향기사회적 협동조합_월곶텃밭농장_도시텃밭농업_시범텃밭

대략 윤곽 잡힌 두둑


4월 초순의 거의 진흙에 가까웠다. 봄비가 내린 후였다.
4월의 황토빛 대지
바다향기 전정수 대표
각자의 텃밭을 일구는  텃밭 이웃들
각자의 텃밭을 일구는  텃밭 이웃들, 율동감 있다.
노란 수선화와 그때의 만개한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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