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텃밭농원 전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4월의 황톳빛 대지에는 색을 드러내는 것은 상추와 꽃들밖에 없다.
이때에 텃밭은 흙의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더욱더 두둑의 형태는 두드러지게 된다. 이러한 대지 풍경에서는 텃밭 디자인을 재미나게 만들어 놓은 곳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작년에 옆집 텃밭이었던 분의 텃밭은 마당에 화단을 가꾸어 놓은 듯하다. 그리고 하트 모양도 재미나다. 땅을 고르다가 하트 모양의 돌을 발견하셨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돌의 하트 모양은 그대로 두둑으로 화하였다. 텃밭에 텃밭의 화단이 있는, 마치 집처럼, 그렇구나! 텃밭은 집이로구나! 싶다.
이웃 텃밭, 정원 텃밭
며칠 전에는 달맞이꽃을 주셨다. 그 달맞이꽃을 미나리꽝 주변에 심었다. 날이 흐리고 바람 불던 어느 날 달맞이꽃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대와 함께 끈으로 묶어 놓고 가셨다. 그 사이에 달맞이꽃 한 개가 피었었다. 다음날 나는 '힛'하고 웃었다.
텃밭을 처음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작년에 나도 그랬다. 몇몇 사람들이 텃밭의 사각 아우트라인을 잡아 나가고 다른 텃밭과 구별되게 만들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텃밭을 가꾸는 것에 부담이 생기는 것도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니까 볼거리를 만들어 주려고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시범텃밭이어서 이것저것 예쁘게 해 보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 간다. 그리고 "저는 4월의 비 오고 난 다음 흙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만지기가 좋아서 두둑을 이때 만들어요. 두둑을 제 마음에 들게 만들어서 뭔가를 심으면 더 이뻐 보이거든요"라고 말하곤 한다.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지만,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작년과는 텃밭이 많이 달라졌어요. 더 정비가 된 것 같고, 사람들이 텃밭을 더 잘 가꾸는 것 같아요".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였다. 작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이 텃밭을 가꾸는 것에 좀 더 열의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 년 동안 텃밭을 가꾸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간 투여도 예상외로 많이 든다. 그러다 보면 손을 놓아 버린 텃밭들도 생겨 난다. 그리되면 텃밭에 구멍이 생긴다. 사람이 관리하지 않는 텃밭은 그 표시가 크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텃밭 풍경들
텃밭의 주변은 꽃들로 둘러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곳은 사람들의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텃밭이 있으니, 텃밭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일 년 동안 책임이 생기게 된다.
텃밭을 예쁘게 가꾸는 것과 그리고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마을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과 이웃들이 말 한마디 나누어 볼 여지를 갖게 되는 것과 무엇보다 텃밭 농작물을 직접 가꾸는 동안 그 자신들을 가꾸게 되는 것과 같다.
미로 텃밭, 출입구가 아름답다.
나는 텃밭농장의 취지가 바로 이러한 것이라고 여긴다. 작년 일 년 동안 해본 결과 일 년 동안의 그 과정이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때마다 텃밭은 푸성귀를 선물해 주었고 날마다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며 생의 환희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니체식으로 말하자면 '건강을 되찾는 자'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건강을 나는 '리비도 회수'라고 여긴다. '생명 에너지'가 회수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환희감은 작년과 올해는 다를 수도 있다고 여긴다. 이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경험은 이미 차이를 만들고 있어서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짐작만 미리 해본다.
이웃 텃밭/ 가온데에 돌을 모아서 휴식터로 만들었다.
4월의 대지는 생명력 그 자체이지만, 순수하게 계절 그대로라면 4월에 바로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은 없다. 4월에는 꽃만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래서 꽃이 밥이다. 옛날이라면 보릿고개이지만 요즘은 4월에 영혼의 허기를 꽃으로 채워야 한다. 이제 막 피어난 여린 잎들을 보며 생명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일 년을 또 아름답게 그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