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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도 Oct 18. 2023

인생 세발자전거

다섯 살 '라겸'이의 월곶포구축제 탐방기


전에는 없던 아이가 존재하는 풍경은 늘 어떤 새로운 신선함을 준다. 만휴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제는 새로운 아이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삶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안젤라님과 도영님 부부가 월곶을 방문했다. 나 보러 오는 것이라지만, 축제가 있는 달이니 축제에 맞춰 오시라 했다. 아이에게도 볼거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아유 콩알만 한 다섯 살 여자 아이는 정말 소녀처럼 생겼다. 작고 하얀 얼굴로 생각하는 표정 또는 특유의 표정이 매력 있는 아가였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찻잔을 잡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그 작은 손에 맞는 다기가 없을까? 고심하다가 쇼핑몰 검색을 해보았다. 딱 적당한 크기를 고르고 보니 '고운차 - 라오상하이'였다. 개완 크기와 맞는 숙우는 없었지만 아이 선물로 개완을 골랐다. 다섯 살 아기 손안에 딱 맞을 것인지 내가 먼저 테스트해 보았다. 물론 미리 다기 세다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였다.





안젤라님과 도영님은 우리에게 그대로라 하였지만, 안젤라님과 도영님도 라겸이가 생겨난 것만 제외하면 그대로였다. 5년 만에 만나는 시간은 지난 시간을 모두 먹어 치운 듯 감쪽같이 사라진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지난 오 년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모두 회복하고 있지만, 지난 5년은 쉬운 시간은 분명 아니었다. 안젤라님과 그런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서로 직접적으로 그런 얘기들을 나누지 못하니 더 그 시간의 무게가 각자에게 컸을지도 모른다. 그럴 땐 공통분모로서 우리가 함께 그 시간을 지나왔던 것이라고 그렇게 시간 그 자체에 되돌리는 것이 차라리 맞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흥겨운 멜로디에 들썩들썩 어깨춤도 추고,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 향연을 즐겼다. 라겸이가 타고 있는 세발자전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 세발자전거다!"


안젤라님은 "꼭 자기가 앞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아요"라고 말했다.

안 밟아도 뒤에서 엄마가 밀고 가니까 괜찮을 듯싶기도 하였다. 그러다 경사진 보도블록 위를 지나는데, 라겸이는 자기가 핸들을 조정하면서 페달을 밟으며 방향을 조정하고 있었다.



밤이라서 하필 '인생 세발자전거' 시잔만 흐리다


그래서 저 세발자전거는 '인생 세발자전거다'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같이 가는 인생 게임, 아이가 앞에서 자기 발로 움직이면 부모는 뒤에서 따라가며 지탱해 준다. 커가면서 세발자전거를 벗어나겠지만, 그 형태는 계속 갈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본질에서는 그렇게 관계 지어진 관계.


이런 얘기를 나누며 다시 집으로 돌아와 차를 마셨다. 이야기가 새벽으로 향한다. 라겸이는 칭얼대지도 않고 잘 놀았다. 보통 어른 남자를 무서워하며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잘 놀아주어 고마웠다. 밥투정도 안 했다. 회를 초밥처럼 먹으면 밥을 따로 안 퍼도 되니 초밥처럼 조물조물 만들었다.




라겸이는 자기도 하겠다며 일회용 장갑을 달라고 했다. "흠 손이 작아도 손가락이 다섯 개니까, 넣으면 되긴 될 텐데, 너무 크지 않을까~~?"

라겸이는 일회용 장갑을 보더니, 바로 단념한다.

"이모가 하세요"

그러곤 자기도 손가락을 나처럼 조물조물한다. 라겸이는 지금 그 자신도 밥을 손으로 초밥처럼 만들고 있는 중인 것이다. 보는 것을 잘 따라 하니 아마도 앞으로 다양한  것들을 보며 그 자신 안으로 습득할 것이다. 지금 세상 공부를 잘하고 있는 중이다.

업어준다는 것!


시간이 새벽으로 향하는 시간에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가을밤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우리가 맞는 밤바람은 시원하였다.  


________



'라겸이는 꽃을 좋아해요' 소래포구 다리를 지나다 들꽃을 꺾어 주었더니 그렇게 만족스러워할 수가 없었다. 안젤라님은 " 어제 누가 꽃다발 받을 때 자기도 받고 싶었나 봐요"라고 말했다(정확한 워딩인지는... 힛).

"꽃다발 받았어요" 하며 꽃을 들고 으레 기분 좋으면 폴짝폴짝 뛰듯이 그렇게 분홍신 신은 발이 반쯤은 공중에 떠서 걸어간다.





 


#월포구와_소래포구탐방

#월포구축제와_불꽃놀이

#월텃밭농장에서

#안젤라님_도영님_라겸이와_함께 오안젤라

*사진이 많아서 개별 설명은 패스, 사진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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