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한 흙을 만지는 느낌은 생명력 충동 그 자체였다. 가을 끝무렵에는 어떤 깊은 피로가 있다. 그러니 겨울은 휴지기로 쉬어야 한다. 4개월 휴지기는 생명력을 충전하는 시간인 것. 그런데 그 깊은 피로감도 봄이 오면 충동적인 생명력으로 바뀌어 있다. 요즘 세상에 겨울이라고 어찌 다 온전하게 쉬겠는가. 그런데 무엇인가를 할지라도 겨울은 쉼 그 자체를 만드는 것 같다.
겨울은 그런 것인가 보다.
이제 다시 봄
흙을 만지기 전에 이미 봄의 생명력은 마음 안에 찾아와 있었다. 봄은 먼저 사람 안에 찾아와 있으니까. 흙이 반가워마음 안에서 웃음이 피어난 이유다.
다시 돌담을 쌓았다. 거란전쟁 끝났으니 이제 다시 허물어진 성벽과 돌담을 쌓아야 했다. 이런 이야기들로 텃밭에 봄날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