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텃밭사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란도 Apr 27. 2024

창의는 어른들로부터 1

2024 시간정원 파트 2


새로 만든 연못에 물이 너무 빨리 빠졌다. 다시 보수공사를 했다. 폭을 넓혔더니 준비해 온 비닐이 맞지 않았다. 집에 다녀오려니 벌려 놓은 풍경이 마뜩지 않아서 관리실에서 비닐 하나를 얻었다. 그래도 크기가 맞지 않아서 비닐봉지 옆과 밑을 터서 넓게 만들었다. 반은 접여서 두 겹인데 한쪽은 한 겹이어서 또 아슬아슬 해졌다. 아마도 어느 틈에 찢겨 또 물이 샐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돌만 걷어 내면 보수공사가 쉽도록 해놔서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다음엔 비닐을 넉넉히 준비해야지 싶었다.


보수동사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분들이 지나가셨다. 나름의 소회들을 이야기해 주고 지나가신다. 나는 손은 계속 움직이며 작업하고 이야기는 이야기 대로 나누었다. 텃밭들이 이뻐졌다는 전반적인 반응이었다.

"지나다니며, 산책하며 감상하시라고 이쁘게 하는 겁니다. 내일은 또 달라져 있을 거예요. 내일도 보시러 오세요. "

이렇게 말하면

"날마다 지나가며 봅니다. 내일도 당연히 나와서 볼 거예요" 이렇게 마무리 인사를 나눈다. 웃으며 귀가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텃밭은 지금 폭발 중이다. 무엇이? 어른들의 창의가! 창의는 어른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 것이다. 아이들은 모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큰다. 유년시절에는 너무 어릴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체로 손이 어느 정도 발달해야만 놀이에도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니 4살 이전은 창의를 받아들이기는 다소 무리하다고 여겨진다. 배움과 학습의 단계이고, 무엇보다 일정한 도구들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른들의 창의 역시 도구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것들에 의존한다. 일반 가정집 정원 꾸미는 형태가 텃밭에 상륙했다. 텃밭 꾸미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파급되면서 그 자신들의 일상과 비일상을 텃밭에 풀어놓게 하였다.


나는 무엇에 매료되었던가를 되돌아본다. 먼저 흙과의 싸움에서 두둑 형태와 맞섰을 때였다. 그 암담함과 솟구침의 사이에서 수직으로 두둑을 쌓고 그 두둑이 지탱하도록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일반적 두둑 형태를 탈피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중학교 때 미술 시간이 생각났다. 나무 판화 조각하는 방향을 다채롭게 해서 입체감을 줬다고 선생님은 내 판화를 들어 올리며, 그 자리에서 실기 점수 만점을 주셨었다.


내 생각에 텃밭의 변화는 두둑 디자인 형태가 일차적인 변화라고 생각된다. 흙과의 맞섬에서 두둑 디자인은 흙 그 자체를 디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가 서서히 일 년 동안 진행되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작물을 키우는 방식이 이 년 안의 변화였다. 삼 년째 되는 순간에 텃밭이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자기만의 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흙이라는 도화지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마인드들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보인다. 사람들은 산책을 그냥 하는 것도 아니며 그냥 보고만 지나가는 것도 아니었으며, 직접 텃밭을 신청하고 당첨되면 그 자신이 생각한 것을 텃밭에 실행하는 것이다. 비록 몇몇 사람들이 주도하는 변화이지만, 전반적으로 텃밭 구획들의 경계가 선명해졌으며, 자기 안의 텃밭 구획을 명확히 함으로 인해서 나름의 텃밭 사이에 길도 선명해졌다. 올 한 해 텃밭 풍경이 기대된다.






#월텃밭은지금폭발하는중이다 #도시농업의묘미 #가꾼다는것의_의미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텃밭의 이름은 '시간 정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