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가 끝나고 뙤약볕이 익을 대로 익었다. 여름작물이 사그라진 후 빈 땅을 호미질했다. 김장 배추 모종 심기 전까지 이 익을 대로 익은 여름 복사열에 키울 채소 씨앗들을 파종하였다.
쪽파 구근을 물에 불리고 다시 씻은 후, 마지막 물에 구연산 풀어서 소독하고 다시 헹궜다. 치커리 씨앗과 여름 시금치 씨앗, 공심채 씨앗도 물에 불렸다. 그리고 파종하였다. 쪽파 구근과 씨앗들로 이 작업을 거치는 동안 어떤 느낌들이 찾아왔다. 어떤 단계들을 거치고 차근차근 이행하는 과정은 어떤 존중감으로 나를 충만하게 하였다. 기묘한 감정이었다.
그냥 한 번 해본 것인데, 왠지 이번에 이렇게 해보고 싶어서. 그런데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한 이 작업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삶인가 보다! 싶었다.